"맞아요. 그렇게 하도록 해요" 기리노는 찬성이었다.

그러나 무라다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무라다공은 어떻게 생각하오?" 시노하라가 물었다.

"나도 그 방법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오. 그러나 그건 중대한
문제요. 화약고를 습격한다는 것은 결국 정부에 대하여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소. 틀림없이 내전으로 이어질 것인데, 그런 중대한 문제는
난슈도노의 결정에 따라야 될 것이오"

사이고는 그때 가고시마의 남쪽 오스미반도에 있는 고네시메에 가서
수렵으로 나날들 보내고 있었다.

"그것이 순서겠지만, 난슈도노는 지금 가고시마에 안계시지 않소. 그리고
난슈도노는 어쩌면 이번에도 주저하실지 몰라요.가고시마에 낙향한지가
4년째로 접어들었는데 지금까지 결단을 미루어 왔잖느냐 말이오. 그 우유
부단하다 할까, 너무 신중한 어른을 설득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하오.

지난해 폐도령이 내리고, 금록공채발행조령이 공고됐을 때도, 그리고 이웃
구마모토와 후쿠오카, 하기에서 일어섰을 때도 난슈도노는 고개를 가로
내저으며 우리들의 요구를 억눌러버렸잖소. 그러니까 이번엔 우리가 뇌관에
불을 당겨 버리는수 밖에 없어요"

시노하라의 말을 받아서 기리노가 결론을 짓듯 내뱉았다.

"그렇게 합시다. 난슈도노의 결정을 기다리고 어쩌고 할 시간 여유도
없어요. 내일부터 총기와 탄약을 배에 옮겨 싣기 시작할텐데 우물우물하고
있을수가 있나요"

"당장 오늘밤 안으로 습격을 감행하자구요. 빠를수록 좋잖소"

"좋아요. 나는 찬성이오"

2대1인 셈이나 무라다도 도리가 없었다. 그는 이렇게 제의를 했다.

"좋소. 나도 따르겠소. 그대신 난슈도노에게 내일 사람을 보내어 만부득이
화약고를 습격했다고 보고를 합시다. 그래야 나중에 우리가 할말이 있잖겠소"

"그야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렇게 결론이 나자, 그들 세 사람은 당장 그날밤 안으로 화약고를 습격하는
일에 착수했다.

자정이 넘은 한밤중이었다.

복면을 한 수십명의 사족들이 소무다(초모전)에 있는 육군 화약고, 즉
병기와 탄약의 본관 창고를 습격했다.

그곳에는 네 동의 창고가 있었는데 소총을 난사하여 경비병들을 사살한
다음 창고 하나를 마구 부수고 그속에 보관되어 있는 탄환 6만발을
탈취해서 사라졌다.

말할 것도 없이 사학교당의 과격분자들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