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햇동안 최종현 전경련회장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도
드물 것이다.

''재계의 총수''로서 이동통신 행정규제완화 공정거래법개정 국가경쟁력
강화문제등 일년내내 굵직굵직한 과제들과 씨름해 왔기 때문이다.

경제의 글로벌화추세, 정부의 세계화추진과 더불어 올해 전경련회장의
위상과 비중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최회장으로부터 새해 구상등을 들어본다.

-94년은 우리 재계로서는 유난히도 바빴던 한해였던 것같습니다. 전경련은
올해 어떤부문에 가장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 나가실 계획입니까.

<> 최회장 =기업들이 원가를 줄이고 품질을 향상시킬수 있도록 불필요한
각종규제를 없애는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와함께 낙후된 금융산업의 선진화를위해 모든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이중 정부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정부와의 많은 대화채널을 마련,제도를
개선하는데 힘쓸 계획입니다.

-기회있을 적마다 금융산업 선진화를 강조하시는데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최회장 =타산업에 비해 낙후돼 있어요.

지금까지는 통화관리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금리등 코스트면에는
등한시한 감이 있습니다.

외국에 비해 금리가 왜 2배이상 비싸고 또 기업들에 대해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을 막아야 합니까.

이렇게해서 어떻게 외국기업들과 싸우라는 겁니까. 이제는 금융 환율
재정등이 조화되는 방향에서 정책이 운용돼야 합니다.

특히 여신관리 해외자금조달제한등 금융시장을 왜곡시키는 규제의 과감한
철폐를 통해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금융산업의 선진화가 절실합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규제완화에대한 기대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도 규제완화에 의욕을 보여왔지만 기업들은 아직 그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것 같더군요

<> 최회장 =그것은 금융 토지 경쟁촉진등의 분야는 장기적 과제라는
이유로 규제완화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정책적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시장원리에 맡기도록 해야합니다.

또 기존의 규제완화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규제를 하지않는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동안 규제완화성과가 없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규제를 만든 당사자의
손에 규제완화를 맡겼던 탓이에요.

또 세계화의 시각이 설정돼있지 않았던데도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이제 정부조직개편도 있었고 정부가 세계화사업을 본격추진할것이므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간을 적극 참여시켜 규제완화를 제로베이스
에서 재구축해나간다면 실효를 거둘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전경련이 추진한 국가경쟁력강화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최회장 =국가경쟁력강화사업은 국민이 함께 협력해 추진하는 것인
만큼 합의기반을 조성하는게 가장 중요해요.

그동안 다각적인 사업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정보혁명에 대비한 정보통신사업 육성방안을 제시하고 엔지니어
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공계대학의 확충방안과 규제완화추진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경쟁력강화는 단시간에 효과를 거두려는 조급함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세계화선언이후 "세계화"가 유행어처럼 됐습니다.

그동안 기업에서 추진해온 세계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올해 전경련의
구체적인 세계화사업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 최회장 =세계화의 개념정립이 안돼있는것 같아요. 한마디로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는 겁니다.

우리는 ASEAN등 지역주의도 겪지 않고 바로 세계화로 들어가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세계화는 경제의 세계화이지 각국의 정치 사회 문화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모든 관세 비관세 장벽이 무너지고 세계의 기업들이 함께 경쟁하는
무한경쟁시대가 되는 겁니다.

벌써 G5 G7등은 한나라의 개념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화나 경쟁력강화등은 모두가 사람이 하는일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평소 느끼신 점은.

<> 최회장 =우리의 대학교육 실태를 보면 입학만 되면 졸업은 자동보장
되고 교수간 학문에 대한 경쟁 부재로 현행교육수준은 산업계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교수확보나 교육시설투자면에서 크게
낙후돼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에대한 정부당국의 집중적인 재정지원이 있어야하며 정부
규제의 축소로 대학운영의 자율성이 확보되고 경쟁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사학재정난 해소를 위해 기여입학제도 도입도 검토해봄직해요.

아울러 엄격한 졸업시험제를 도입,학생의 능력개발을 촉진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등으로 과열선거분위기가 조성돼 모처럼 안정을
찾고있는 우리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소리도
있더군요.

<> 최회장 =재계에서는 6월에 실시될 선거에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적지않은 실정입니다.

5천여명의 단체장을 뽑게될 이 선거에 동원될 운동원이 어림잡아
2백만명은 될터이고,이로인해 인건비가 상승하고 근로분위기가
흐트러져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법에 명시된 단체장선거를 미룰수도 없고..아무튼
부작용을 줄일수 있는 사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제가 실시되면 지방행정의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되므로 지방행정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제도보완과 개혁도 중요한
과제예요.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을 계기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업종
전문화정책이 백지화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 최회장 =그 업종전문화 정책이 경영전략으로서의 유효성여부를 떠나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의해 이뤄진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와 산업조직의 효율성측면에서 볼때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않고 경쟁원리와 자신의 판단에따라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다면 기업뿐 아니라 경제전체로서도 바람직하겠지요.

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을 문제시 하지만 그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세계 1류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경영의사결정을 기업스스로가
못한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전문화를 고집하던 IBM이나 코닥은 현재 고전하는 반면 GM은 전기에서
출발,금융 서비스 방송등에까지 진출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전문화에대해 한번쯤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WTO체제 출범으로 세계무역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기업에
주문하실 것도 많을것 같은데요.

<> 최회장 =세계화는 우리기업의 세계진출확대뿐 아니라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이 자유롭게 개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방의 폭과 시기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국내시장
개방을 통한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세계화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제고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것입니다.

정부는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제도 법령의 정비를 통해 기업이 마음놓고
전세계의 일류기업과 경쟁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해요.

-남북경협문제에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부재와 기업간의 과당경쟁으로 북한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습니다.

전경련이 주축이돼 남북경협을 주도해나갈 의향은 없습니까.

<> 최회장 =필요하다면 남북경협민간위원회같은 기구를 구성,남북경협을
추진하는것도 고려해볼수 있겠으나 북한측이 개별기업을 선별적으로
상대하려는 입장을 바꾸지않는 상태에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경협문제는 좀더 북한측의 태도를 주시하면서 내실있고 실효성있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는게 바람직해요.

-일본경단련은 명실공히 재계의 총본산으로 정부에대해 할소리를 다하고
정부도 그 의견을 존중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최회장 =경제단체의 역할에서는 우리나 일본이나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위상문제에서는 정부나 국민의 사고에 따라 달라질수있어요.

과거 일본정부는 민간활력을 경제발전의 가장큰 원천으로 생각하고
규제완화 행정개혁등 구체적방안에 대해 경단련 의견을 경청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경련도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역할을 다하면서 정부와 긴밀한
대화로 서로의 힘을 합한다면 모든 문제가 잘풀릴 것으로 생각 합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전경련의 위상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 최회장 =92년 2월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서 본인이 내세운게 바로
전경련의 위상을 바꾸자는 것이었어요.

자율조정위원회를 설치,대중소기업 소비자 기업상호간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토록 유도한 것도 그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에 대해서도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달라는 식의 건의에
앞서 경영혁신 대 중소기업 협력체제구축등 기업스스로가 먼저 할일을
찾아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어요.

또 시장경제창달을 위해 기업이 먼저 변하고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심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노력에대해 경제계가 적극 협조해주었고 그결과 경제와 기업이
새롭게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이동통신 삼성의 승용차사업진출 문제등으로 재계내부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 최회장 =한가족에도 갈등이나 불화가 있는데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간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정도문제인데 걱정할 수준은 아니예요.

시장경제에서 유망한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것으로 경쟁을
두려워하거나 터부시해 이를 갈등이나 불화로 표현하는것은 적절치
않아요.

지난해 우리 경제계는 자율조정의 능력함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제2이동통신문제 해결에서 보듯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해요.

-전경련회장 임기가 오는 2월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임얘기가
많던데요.

<> 최회장 =그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번 했으니 그만 두는게 좋지만 재계사정은 그렇지
못한것 같고..아무튼 재계전체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대담 : 문중식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