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과 최대폭의 관청인사 선풍속에 우리가 중요한 한가지를
빠뜨리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적이 걱정스럽다.

다름아닌 세계무역기구(WTO)의 사무총장 진출문제다.

초점은 지난주 개각에서 총장 후보인 김철수씨가 탈락되자 입후보를
철회하는가,계속할건가,선거전에서 현직.전직 각료중 어느편이 유리한가,
신내각에 김씨를 제외시키면서 임명권자가 그런 점을 고려했었는가
등에 쏠려 있다.

임명권자가 어차피 WTO총장으로 나갈 바엔 자리 하나라도 아껴 다른
사람을 입각시키고 총장 운동을 계속 밀어주자는 생각을 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만일 그 문제는 조각에 비해 별일 아니라고 여겼거나,숫제
처음부터 관심에도 없었다고 하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새 무역체제에서 그같은 요직에 진출하고 안하고가 나라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의 총장 입후보를 발표했을 때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염려를
하면서 정부의 장기안목에 내심 흐뭇했었다.

추측이겠지만 한편에선 김씨의 주미대사 임명설도 나온다.

그런 자리를 맡을 충분한 그릇으로 평판을 가진 그인지라 개인으로
보면 리스크를 안고 험난한 국제 선거전에 뛰어들기 보다 더 해봄직한
자리라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행여 입후보철회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WTO 사무총장 직책은 그렇게 소홀히 볼 자리가 아니다.

종래의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제도와는 달리 분규의 강제조정권이
있을뿐 아니라 새 무역질서 형성에 중심기능을 수행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를 이제 비유럽계로서 무역대국인 한국의 인재가 맡는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게 없고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선거양상 또한 절대적으로 불리한,그래서 지레 포기할 상황은 절대
아니다.

처음 한국의 현직 장관과 지난 12월1일로 임기만료를 앞둔 멕시코의
살리나스대통령 두 사람의 맞대결 양상에 이탈리아의 전직 재무장관
루지에로가 뛰어들어 3파전이 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다.

미국 중심의 서반구세를 업은 살리나스와 일.호등 아시아세의 지지를
업은 김씨 사이에 단골인 유럽인 후보가 끼어든 것이다.

그러나 루지에로의 가세는 하기에 따라서 일부 유럽국으로 확산될수
있는 살리나스 지지를 분산시켜 김후보에게 유리한 작용을 유도할수도
있다.

내년 3월15일로 연장된 선출기간중 장본인 김씨는 물론 정부가 모든
외교수완을 동원하여 일을 성사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계화에 발벗고 나선 한국이 이만한 일로 좌절해선 말이 안된다.

이제 현직을 내놓은 것은 세 후보가 모두 같아져서 불리할 이유도
없다. 해볼만한 게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