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겐 날아가는 비행기나 땅위를 굴러가는 자전거는 불가사의한 존재다.

특히 자전거.어린시절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자주 쓰러지곤 했는데 어른
들이 두발자전거로 짐도 싣고 사람도 태우고 가는 모습이란 정말로
신기했다.

물론 커서는 부력이라든가 관서의 법칙등 과학적 이론을 배웠지만 지금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8.15와 6.25 사이에 필자는 어린시절을 보냈다. 당시 세발전저거를 가진
아이들은 동네에서 한 둘에 불과했다.

마당이 넓은 집에 사는 아이들을 제외하면 세발자전거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당시에는 다락에서만 세발자전거를 타게했던 부모들도 있었다.

교통사고라도 나서 아이들이 다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정은 어떤기.어린 아이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마음대로 놀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이런 곳이 있다면 그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락한 지대료 낙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주택가 아파트단지 상가 국도 지방도 인도,어디에도 자동차가 다닌다.

마음놓고 걷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봄 가을이면 자전거하이커들로 장관을 이루던 강화도 국도에는 자전거
무리는 사라지고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의 행렬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자전거는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헬스클럽과 각 가정의 운동기구로
들어앉아 버렸다.

결국 어린시절 이웃 어머니들의 생각이 너무나도 적중한 셈이다.

최근 나는 사회주의 국가의료제도를 알아보려고 중국을 여러차례
방문했다.

중국의 거리를 누비는 자전거의 물결은 인상적이었다. 자전거는 그들의
생활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미국을 방문한 것이 있었다.

범죄가 들끓는 할리우드의 경찰이 순찰차를 놔두고 자전거로 순찰하자
범죄발생건수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를 듣고 자동차의 한계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의 서울은 어떤가.

자동차 한대가 고장나면 곧바로 혼잡과 체증,그리고 교통질서실종지대가
되고 만다. 견인차도 접근할수 없게 된다.

여기에 착안,현대자동차서비스의 긴급출동 모터싸이클 기동대 출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구난차 견인차 소방차 경찰긴급차 앰불런스등 화급을 다투는 차량들이
도로에서 제기능을 발휘할수 없는 실정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더욱 그렇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병원으로 가야하는 응급차조차 제속도는
고사하고 꼼짝할수 없는 세상이니,너무 한심하고,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불쌍한 삶을 엮어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해외토픽에서 태국 방콕종합병원에서는 오토바이 앰불런스를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세계 최악의 교통지옥 도시중의 하나인 방콕에서 응급환자들이 교통체증
때문에 제때에 치료를 받지못하는 점을 극복하려고 내논 수단이었다.

운전할줄 아는 의사1명과 간호사1명이 한팀.이들은 방콕 어디든 15분
내에 도착할수 있다니,놀랄 일이 아닌데도 놀랍게만 느껴진다.

차를 몰고 다니는 지금 필자는 어린시절의 세발자전거 추억때문인지
성인용세발자전거를 주문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