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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칼] (657) 제3부 정한론 : 강화도앞바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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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조선국측에서도 부관인 윤자승이 입을 열었다.

    "적반하장이오. 사과는 누가해야 하는거요? 당신네가 초지진 포대를
    파괴한 것은 우리측의 포격에 대한 반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영종도에 가서 상륙까지 해가지고 온통 난리를 친것은 무슨
    까닭이오? 게다가 돌아갈 때는 무기뿐 아니라, 우리 수비병까지 붙들어
    갔잖소. 그런 만행을 저질러 놓고서 누구한테 사과를 하라는거요?"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그렇게 되는게 당연하잖소"

    이노우에가 받아 넘겼다. 그러자 아직 격앙된 표정인 구로다가 다시
    내뱉었다.

    "정식으로 문서로 사과를 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번에는
    이 강화부를 모조리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거요."

    신헌도 이제는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언성을 높여 말했다.

    "말조심하시오. 일국의 전권대신이라는 사람이 회담을 하러온게
    아니라, 마치 싸움을 걸려고 찾아온것 같구려. 심히 불쾌하오."

    "당신네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니
    일이 이렇게 되는거 아니오. 말로써 안될 때는 힘으로써 대결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잖소.

    우리는 일본을 떠나올때 비상한 각오를 했소. 군사를 4천명이나 거느리고
    왔을 때는 다 짐작할수 있는 일 아니오. 그리고 본국에는 연락만 취하면
    곧 출동해 올수 있는 군사가 수만명 대기하고 있소"

    신헌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구로다는 서슴없이
    한술 더 떴다.

    "만약 본국의 군사까지 동원될 때는 이 강화도만이 쑥밭이 되는게 아니오.
    곧바로 한양으로 쳐들어갈 것이오. 알겠소?"

    신헌은 분노에 허연 수염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이런 식의
    회담은 더 계속할 필요가 없소. 나는 그만 일어나겠소" 하고는 성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선국측의 배석자들은 모두 접견대관의 뒤를 따라 자리를 박차고 퇴장을
    해버렸다.

    첫날 회담은 이렇게 험악한 분위기속에서 마치 결렬이 되어버린 것처럼
    막이 내렸다.

    숙소로 돌아간 신헌은 분노와 모욕감을 참을 길이 없어서 술상을 차려오게
    하여 부관인 윤자승과 둘이 벌컥벌컥 술잔을 기울였다.

    주기가 올라도 뒤집힌 심정은 좀처럼 누그러질 줄을 몰랐고,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난감하기까지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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