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무대를 지켜온 연극배우 김금지씨(53)가 오랜만에 주인공으로
관객앞에 선다.

극단 여인극장이 1~14일 문예회관소극장에서 공연하는 2인극 "세상은
남자가정부를 원한다"에서 교활한 귀부인 로저스부인역을 맡은것.

"2인극은 15년만에 합니다. 비중있는 배역으로 무대에 서니 기쁘긴
하지만 뒤늦게 무슨 시험을 보는 것처럼 떨리고 긴장이 되는군요"

"세상은 남자 가정부를 원한다"는 아일랜드작가 휴 레너드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작이자 여성연출가 손경희(33)씨의 데뷔작.

김씨의 상대역인 남자가정부 유진역은 박팔영씨(39)가 맡았다.

박씨는 연극분장을 담당하던 스태프 출신으로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다.

김씨는 "초연,새 연출,참신한 상대배역등 모두 새롭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참여키로 했다"며 "평소 나이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다가
60대부인역을 섭외받고 새삼 나이를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소유욕이 강한 영국상류사회의 로저스부인이 아일랜드의
순진한 30대남자 유진을 이용한다는 내용을 통해 사회에서 힘의 논리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보여준다.

오만하고 당당한 로저스부인역에 적격이라는 주위의 평에 대해 김씨는
"요조숙녀처럼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말썽을 일으키고 사연많은 여자역
을 많이 해봤다"며 웃는다.

디자이너 이광희씨가 의상을 담당한 점도 이번 공연의 화제거리.

김씨는 그간 구두가게를 하면서 이광희씨패션쇼에 구두협찬을 해왔는데
이번에 그 답례를 받는 셈이다.

"언제나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고 내가 가진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전 중요한 배역을 거의 다해봐 역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만큼
조연으로라도 계속 무대에 설 생각입니다"

김씨는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국립극단과 극단자유에서
활동했다.

고 조병옥박사의 며느리이자 민주당 조순형의원의 부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