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스위스의 국제경제개발연구원(IMD)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41개국
중에서 24위, 개도국 18개국중 7위에 해당된다고 발표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후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평가를 한바 있다.

UR협상타결 이후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의 도래라 하여 경쟁력강화가
우리기업의 초미의 과제였고 새정부도 국정최고의 지표를 국가경쟁력강화에
두겠다고 하였다.

민간기업들의 경영혁신, 업계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설치, 정부의 규제
완화등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으나 구체적인 실천이 부족했던것 같다.

이제 경제가 잘되고 있으니 경쟁력강화에 관한 논의가 많이 줄어들었다.

금년에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8%이상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경쟁력이 향상되어 경제가 잘되는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선진국 시장에서의 수출감소, 엔고속에서도 늘어나는 무역적자와 물류비용
증가등을 보면 우리의 경쟁력에는 아직 문제가 있다.

생산성이 오르고 각 부문의 효율이 높아져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가 개선
되어야 한다.

국가경쟁력이 무엇인지 개념정립이 분명치 않은 점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쟁의 주체는 기업이며 경쟁력의 기본은 가격과
품질과 고객만족인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가격이 싸고 질이 좋으며
국내외의 고객에게 만족을 주느냐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하여 기업은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 하며 규제완화등 정부의 경쟁력
강화정책도 기업의 이와같은 노력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경쟁력강화는 환경변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만 하더라도 이것이 심화되면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규제완화로 인하여 80년대 미국에서 통신산업 항공산업등에 대변혁이
일어난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최근에 일어나기 시작한 가격파괴현상은 어떤 힘으로도 막을수 없는 큰
흐름이며 생산과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속되고 있는 원화절상은 우리의 수출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업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같은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은 살아남을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좀처럼 변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기업은 멀지않아 도태될수
밖에 없는데도 구성원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경쟁력강화를 어떻게 할것인가.

너무 광범위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경쟁력의 기본은 가격 품질 고객만족이지만 가격과 품질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안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는 철저한 원가의식과 품질관리운동으로 한때 중진국으로서는 으뜸가는
경쟁력을 확보했던 경험이 있다.

저임금이 뒷받침 되었다고는 하나 임금이 많이 오른 지금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되고 품질은 나아진 것이 없다.

마른 수건도 짠다는 합리화 노력으로 극심한 엔고를 극복하고 세계제일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둘째로 구조조정문제를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

구조조정 문제가 많이 논의되어 왔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환경변화 속에서 현재의 사업구조 제품구조 경영구조로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냉철하고 신중하게 검토하여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정부의 업종전문화정책을 규제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로 새로운 경영혁신기법의 활용이다.

자기 기업의 체질이나 조직풍토를 생각하지 않고 유행하는 혁신기법을
도입해서는 큰 성과를 기대할수 없다.

최근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 각광을 받고 있다.

원가절감과 생산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원가절감과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고객만족을 위한 혁신적인 기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식의 급진적인 리엔지니어링 도입은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다.

미국에서도 리엔지니어링을 도입한 기업들중 약70%가 별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그러므로 자기 기업의 실정에 맞게 혁신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구성원들의 의식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다.

왜 변해야 되며 어떻게 변해야 되는지를 절실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 스스로가 앞장서야 한다.

기업의 현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급속한 환경변화 속에서 살아 남을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비전으로 제시,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최고경영자 자신이 주도하고 자신의 경영철학과 의지를 담은 비전이라야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수 있고 변화의 구심점이 될수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기업의 미래상을 통하여 자기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노사가 합심하여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되찾아야 한다.

정부도 국가 경쟁력강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달.

경쟁력강화의 핵심전략으로 추진했던 규제완화도 소리는 요란했지만 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내 말단조직에 이르기까지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정부조직의 리엔지니어링의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비전의 제시가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