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값이 싸지면 소비자들은 언제나 즐겁다. 똑같은 돈을 벌어도 더 많은
물건을 살수 있고 그 만큼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건값이 떨어질때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득은 얼마나 될까.
내린 가격에 더 살수 있는 물건의 양을 곱한것 만큼일까.

그렇지 않다. 소비자가 가격하락으로부터 얻을수 있는 이득은 그것보다
훨씬 크다. 이 문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곡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요곡선은 어떤 재화의 모든 가격에 대해,각각의 가격마다 "이정도의
가격이면 이만큼의 물건을 살 용의가 있다"는 식으로 소비자가 의사표시
를 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예를들어 귤이 한개에 100원이면 10개를 살 용의가 있고 110원이면 9개,
120원이면 8개를 살 마음이 있다는 식이다.

이제 시장에서 수요 공급이 만남으로써 120원에 균형가격이 성립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든지 생산자가 귤의 가격을 낮추어 팔기로 해서
균형가격이 110원이 되었다고 하자.

이때 소비자는 가격이 10원 싸지고 귤을 1개 더 살수 있게됨으로써 10원
만큼의 득을 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격이 10원 싸지면 소비자는 9개째의 귤 뿐아니라 앞서 120원씩
일때 사고자했던 8개도 110원씩에 살수 있게 됨으로써 9x10=90원 만큼의
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한개도 구매할 의사가 없는 가격을 200원이라고 하고 여기서
부터 귤값이 10원씩 내릴때마다 1개씩 수요를 늘리는 경우 위와같은
식으로 계산하면 값이 100원이 될때까지 소비자는 10+20+30.+100=
5,500원 만큼의 이득을 보는 셈이다.

일반화해서 이야기하면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곡선이 있을때 특정가격
(위의 예에서 100원)에서 수평선을 그어 수평선 위쪽과 수요곡선 아래
쪽으로 이루어지는 삼각형모양 전체가 소비자 잉여가 된다는 것이다.

물건값이 떨어지면 우리의 상식보다 소비자는 훨씬 즐겁다.

최근들어 인구에 회자되는 "가격파괴"는 소비자에겐 상식파괴의 즐거움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