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포드는 6억달러상당의 자동차 좌석조립공장을 리어시팅사에
매각했다.

지난 5월엔 크라이슬러도 2억달러상당의 2백 가죽및 직물 시트커버
생산공장을 존슨즈 컨트롤스사와 다른 주요 공급사에 팔아 넘겼다.

이 회사는 연초에도 8개의 와이어조립공장을 일본공급사인 야자키사에
매각했었다.

이렇게 불필요한 공장처분에는 GM이 가장 앞서있다.

최근 18개월동안 GM은 라디에이터캡을 비롯 진공펌프등 무려 2백50억
달러에 이른 41개 라인을 정리했다.

또 현재 2천2백명의 직원이 3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델코레미공장도
투자자 그룹들에 몽땅 매각할 예정이다.

뿐만아니라 조립공장 내부에 있어 매각이 곤란한 공장은 차선책으로
외부에 하청계약을 주는 형식으로 처리한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이렇듯 "빅3"는 종래의 수직통합형식에서 탈피,수평분해형식으로 공장
들을 매각하는 파격적인 경영혁명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메이커들은 엔진 트랜스미션등 핵심부품만 자체생산하고 나머지
공장들은 과감하게 처분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그동안의 고질적인 제반문제들,즉 노후공장 노조압력 의료보험
비용등을 일시에 털어버릴수 있게 됐다. 게다가 제조원가절감,기술혁신
이란 반사적인 이익까지 얻고있다.

소위 경영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업체간의 수직적인
통합관계해체는 "제조원가절감"에서 비롯됐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업체간의 생존경쟁과 일본등 자동차회사들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비상한 방법이 바로 수직통합의 해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격경쟁이 극심한 퍼스널컴퓨터와 같은 생산구조를 모방한 셈이다.

이같은 해체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정보기술의 발전때문이다.

이제는 전세계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돼 세계 어디서나 값싼 부품을
구입할수 있다.

대부분의 부품공급업체들은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데다 고임금지역이
아니어서 완성차메이커보다 절대적으로 싼 부품을 만들어 낼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있다.

한예로 빅3의 생산직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42달러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앤티록( Anti-Lock )브레이크시스템 공급업체인
ITT오토모티브의 임금은 14달러,리어시팅사는 12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직통합의 해체로 값싼 부품조달에 성공한 업체로는 크라이슬러를
꼽을수 있다.

세계 자동차메이커중 가장 낮은 생산비로 자동차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크라이슬러의 원가절감노력은 지난 89년에 채택한 스코어(SCORE)전략
에서 시작됐다.

완성차메이커와 부품공급업체가 "한 배를 탔다"는 정신으로 낭비를
제거하면서 생산비를 최대한 끌어 내리자는게 스코어전략의 기본취지
이다.

스코어프로그램의 선장격인 토머스 스탈캠프부사장은 "경쟁입찰에 의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진정한 원가절감이 이뤄지지 않고 부품업체의 원가
회피만 조장된다"며 "어떠한 원가절감도 크라이슬러와 부품업체가 똑같이
부담하는 공존공생의 팀워크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따라 부품업체의 사기가 오르고 장기적인 협력관계도 더욱 돈독
해졌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스코어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지난해까지 6천6백여건의
제안을 납품업체에서 받아 시행한 결과 5억달러의 원가를 절감했다.

올해도 이를 더욱 발전시켜 5억달러의 원가절감을 달성할 것으로 낙관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차개발초기에 부품업체들을 초청,의견을 수렴한다.

첫단계로 목표가격을 설정한다.

새로운 모델의 생산라인이 만들어지기 전에 판매가격을 정해놓고 부품
업체와 함께 인테리어 파워트레인,섀시등 주요 시스템을 중심으로
생산원가절감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짜낸다.

그런 다음 2단계로 주요 시스템별 원가절감방안을 개별부품단계에 까지
파급시켜 나가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형차 네온은 바로 이러한 사전
원가절감아이디어로 탄생됐다.

파산직적 까지 갔던 크라이슬러가 기력을 되찾아 흑자기업으로 돌아선
것은 스코어전략이 효자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크라이슬러의 경영전략은 GM이나 포드에도 자극을 주고있다.

부품업체와 새로운 관계를 구축,원가절감 부품조달의 탄력성, 신기술
개발을 가속화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청계약을 맺은 공장에는 기술자를 보내 공정을 도우면서 코스트인하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자체 부품공장을 떼어내는 수직통합의 해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산업컨설턴트인 제임스 우맥씨는 "앞으로 자동차회사는 부품을 만들
필요가 없다.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싼 부품을 구입 하면된다.
승부는 여기에 달렸다"고 단언한다.

21세기 완성차 메이커의 자화상이라 해도 옳을 듯 싶다.

< 뉴욕=박영배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