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집계한 수출입통계(통관기준)는 대일 무역적자가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균형을 파괴하는 최대의 암적 요소임을 새삼스럽게 부각시키고있다.

이에 의하면 10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실적은 수출761억7,600만
달러,수입 821억4,400만달러로 59억6,7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나타냈는데
같은 기간중 대일 무역적자는 총무역적자액을 62%나 초과한 96억6,600만
달러 (수출109억200만달러,수입 205억6,8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대일 무역적자 추세가 연말까지 그대로 계속된다고 한다면
11월중에 100억달러선을 초과하고 올 연말에는 1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는 작년엔 84억달러였는데 올해에는 100억달러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억제하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올 대일 무역적자는 당초 예상보다 확대되어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서게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총무역적자 59억달러에 대일적자가 96억달러라는 10월말
실적이 말하고 있듯이 대일적자액을 40%만 축소할수 있어도 총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룰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일본 이외지역에 어렵게 수출해서 벌어들인 무역흑자(외화)를
대일 수입에 탕진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할수 있는 것은 엔고현상이 대일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대일수출을 증가시킨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더욱더 품질개선과 시장
개척에 노력하여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과 그 이상으로 시급한
것은 대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기계류 전자부품 반도체장비등
핵심기자재의 국산화문제라는 사실이다.

산업에 있어서의 이러한 대일 의존적 구조가 그대로 계속되는한 기타
지역에의 수출증가(무역흑자)는 곧 대일 수입증가(무역적자)를 야기하며
게다가 엔고는 대일 수입가격을 올림으로써 적자폭을 더욱 확대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일 무역불균형에 대해 그 원인을 일본에만 돌리는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대일 무역역조를 끌고 가려고 하는가.

정부와 업계는 이제 대일무역의 심각성을 깨닫고 역조시정을 위해 말
아닌 실천으로 나서야 한다.

대책이 없는게 아니라 대책이 있어도 실천이 없는 지금까지의 전철을
계속 밟아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