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아 한국영화의 성가를 드높였던 배용균감독(43)이 5년만에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감독은 그간 대구에서 강의와 영화제작을 하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그런 그가 5일 개막되는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주최측인 삼성나이세스가 마련한 기자회견장에 참석,관심을 끌었다.

배감독은 심사위원장을 맡게된 데 대해 "나이세스가 기획한 이 영화제가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장 선정을 위한 리서치 결과 자신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다는
사실을 안 것도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오로지 영화자체에만 몰두하는
젊은 영화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의지를 공감해보고 싶었다고도 전한다.

단편영화의 비전에 대한 배감독의 입장은 낙관적이다.

"단편영화는 단편소설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진정한 깊이와 재미는 단편에서 느낄 수 있듯 영화의 진짜맛도
단편영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멀티미디어의 보급과 더불어 영화관람이 극장보다는 가정에서 이뤄지게
될 때 단편영화는 그 존재기반을 확고히하게 될 겁니다."

2년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작 "검으나 땅, 희나 백성"에
대해서는 크랭크업시기로 알려진 11월말보다 다소 늦어질 것이란 말만
전할뿐 그밖의 사항에 대해선 일체 함구했다.

5~11일 서울 시티극장에서 열리는 서울단편영화제에는 배감독과 함께
영화배우 안성기,영화감독 박광수,영화사 "신씨네"대표 신철,영화평론가
이용관씨등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9월5일까지 접수된 73편중 15편이 본선에 올랐다. 최우수상에는
2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