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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공세에 밀려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그러나 미국에는 아직도 "세계최강국"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더욱이 매년 일본에 눌려 2위아래로 처지던 미국이 올해 국제경영개발
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8년만에 1위를 탈환, 무서운 저력을
과시했다.

미국의 잠재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서울대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인 송병락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우수한 인재,
독보적인 신제품개발기술, 탄력적인 기업운영등을 비결로 꼽고 있다.

송교수의 분석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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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전문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세계 "1000대기업"
중 제일의 회사는 이익기준으로는 미국의 엑슨석유회사이나 매출액기준으로
는 일본의 이토추상사임을 강조했었다.

사실 미국과 다른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비교할때는 이익이나 매출액등
어느것을 기준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세계적인 국가경쟁력 연구기관인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
경제포럼(WEF)은 세계여러나라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음의
네가지라고 했다.

즉 미국기업은 "이익", 일본은 "시장점유율", 아직도 성장을 많이 해야
하는 한국등 신생공업국 기업은 "성장률", 그리고 세계선두주자의 자리에
올라 있는 서구선진국 기업의 경우에는 계속 그자리를 지킬수 있는가가
중요하므로 "현상유지"를 기준으로 하여 그 경쟁력을 판단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잣대로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면 잘못이라는 것이다.

즉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성장을 아주 많이 하는 한국기업도 미국식
이윤기준으로 따지면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됨은 물론 오히려 문어발식
확장으로 과도한 성장을 한다는 비난도 받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많은 경제학교과서들은 아직도 한국기업의 목표를 영.미식으로
"이윤극대화"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스위스의 IMD와 WEF는 이를 "성장
극대화"라고 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 크다.

개인주의적인 미국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개인 또는 개인을 위한 연금
공단등이 기업을 소유한다.

미국 노동부를 방문했을때 글렌 힐륨씨는 미국기업 주식의 대부분은
근로자를 위한 연금공단이 소유하고 연금공단은 근로자에 의하여 관리되므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노동자들이 그자본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세계제일의
사회주의국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레스터 더로우 MIT경영대교수는 미국자본주의의 자본이 너무 개인에
의하여 분산소유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토개발원의 어느 토지전문가는 한국의 토지를 개인들이 너무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생산활동도 별로 하지않는 개인들이 왜 토지를 그렇게 많이 소유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자본이나 토지가 개인에게 계속
분산소유돼야 한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주식을 개인에게 계속 분산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로우교수의 지적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회사사회이므로 일본의 주식은 회사들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일본의 회사들은 경영권침해방지를 위해 여럿이 모여 품앗이식으로 서로의
주식을 소유해 주고 있다.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소유가 아주 잘 분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회사의 경우 주식 70%가량은 유통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반해 대만의 경우에는 가족중심 중소기업들의 주식을 대부분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기업의 주식의 소유형태는 한국실정에 맞게 잘 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나라 어느기업이든 국제경쟁력이 높은 것은 반드시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 것들이다.

이는 스위스의 금융업이든 일본의 전자산업이든, 미국의 자동차산업이든
예외가 없다.

미국은 자유경쟁의 나라이므로 세계에서 기업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들도 거의 모두 진출하여 치열한 경쟁을 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어느산업도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최근 대기업정책을 크게 바꾸었다.

옛날에는 독점금지정책을 엄격히 적용하여 대기업은 무조건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로 하고 있다.

레스터 더로우와 하일부로너는 "경제학해설 1994년"에서 그 이유를
다음고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대기업들도 사실상 생각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둘째 치열한 경쟁을 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보다 경쟁을 덜 하더라도
소수의 대규모기업들이 오히려 기술혁신을 더 많이 한다.

예를들어 한국의 계약업체는 모두 4백12개로 93년 총매출액은 5.5조원
이었는데 이는 삼성전자 한 회사의 94년도 매출액 반년분에 해당된다.

셋째 미국의 독점금지법 적용에는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린다.

넷째 미국에서는 독점기업일지라도 사실상 지구촌시장 전체를 놓고보면
외국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대기업만을 규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런것이 WTO시대에 변한 미국 대기업정책의 핵심방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