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말없이 이를 받았다.
수리될까 아니면 반려될까.
대통령은 토요일오후까지 이에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충격파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민심수습을
위한 후속 "개각" 유무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이원종서울시장이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럼에도 항간에는 흩어러진 민심수습을 위한 대폭적인 개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관심의 촛점은 다음 몇가지다.
개각이 있느냐, 있다면 그 폭은 어느정도며 시기는 언제쯤일까.
개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을 못하고 있다.
총리의 사표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어있는 상태인데다 대통령스스로 이와
관련한 일체의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대폭적이고 전면적인 개각은 없다"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다.
우선은 사고당일 "당장 대대적인 민심수습용 개각이 필요하다"던 민자당의
목소리가 하룻밤을 지나며 수그러들었다.
청와대비서실의 표정도 "지금 급한 것은 개각이 아니다"는 분위기로 돌고
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사고가 날때마다 개각을 할수는 없다"며
"부실공사와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대책수립이 보다 시급한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월요일(24일) 총리가 국회에 나가 사고경위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를 할것"이라고 말해 이총리의 사표가 조만간 반려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다른 관계자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다음주중에는 이붕중국총리와 스페인총리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다.
11월중순에는 APEC정상회담이 열리고 이를 전후한 외국순방도 계획중이다.
일정상으로도 지금 당장의 대대적인 개각은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총리실 분위기역시 김대통령이 24일 아침으로 잡혀있는 이총리와의 면담시
사표를 반려하고 대신 "차질없는 사고수습책"을 지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기류에도 불구 여전히 정가 한쪽에서는 대폭개각의 가능성을 점치는
측도 있다.
세무비리와 지존파사건에 이어 터진 이번사고로 문민정부의 국정능력에
대한 국민불신은 한계수위에 이른 상태다.
김대통령으로서는 결국 "개각"을 통한 쇄신으로 돌파구를 열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각의 시기는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대통령은 사실 국정쇄신을 위한 연말개각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당장은 아니라해도 아마도 해외순방직후나 국회가 폐회한 직후에는
이번에 미룬 개각이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개각의 폭은 이번사고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이총리의 사표가 반려되더라도 다음개각시에 유임된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어차피 민심수습 국정쇄신을 위한 개각이라면 김대통령의 집권중반기의
구상과 맞물려 그 폭은 종전에 비해 훨씬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개각대상에는 성수대교붕괴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장관들을 포함, 북핵문제
처리과정에서 혼선을 보인 외교안보팀, 기존 각료중 국정수행에 무능하다는
평을 받아온 일부장관등이 대거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김기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