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가 10일 미달러화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3천루블선 밑으로
떨어졌다.

루블화는 이날 모스크바은행간외환시장에서 직전 거래일인 지난 7일에
비해 1백85루블(6.4%)이나 폭락한 달러당 3천81루블에 마감됐다.

이같은 루블화 폭락사태는 이미 예상된 것이었지만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른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 7월 미달러화에 대해 3.1% 평가절하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도가 붙어 8월에는 4.5%, 9월에는 17.9%가 떨어진데 이어
10월 들어서는 불과 열흘만에 16.5%나 곤두박질 쳤다.

루블화는 지난해 5월 달러당 1천 루블에서 달러당 2천 루블(94년 7월)로
떨어지기 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던 것이 불과 3개월만에 2천루블에서 3천루블선으로 급락한 것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런 추세대로 갈 경우 루블화 가치는 머지않아 달러당
4천루블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러시아의 금융체제는 물론 시장경제개혁자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게 된다는 점에서 최근의 루블화 폭락 사태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3천루블선이 붕괴됐다는 상징적 의미 이상의 위기감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경제전문가들은 루블화 폭락 원인을 세가지로 보고 있다.

<>러시아 경제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올여름 농업및
군수산업부문으로 풀려 나간 국고보조금이 통화팽창을 초래한데다 <>은행들
까지 나서서 달러화 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들의 달러화 투기는 환전수수료를 불법으로 며칠씩 묵혀 가면서
까지 달러화를 사들인뒤 곧바로 되파는 형식으로 루블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려 놓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더이상 루블화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루블화 가치의 추가하락은 금융체제를 마비시키고 이어서 고인플레를
유발, 러시아의 시장경제개혁 자체를 최악의 위기국면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 김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