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에서 최근 일고 있는 주목할만한 변화는 모든 상품을, 심할
경우 소비자권장가격의 50%이하 저가로도 판매하는 소위 가격파괴현상의
확산이다.

최근 신세계 이랜드 농심 롯데 우성등 기존 유통업자들이 이미 개업
했거나 개업을 추진중인 디스카운트스토어, E마트, 회원제 창고형
프라이스클럽,아웃렛(재고처분)스토어,편의점등 신업태점포의 출현도
그러한 움직임이 나타난것이다.

여기서 관심을 끌지 않을수 없는것은 소비자의 인기를 끈 이러한 가격
파괴가 제조업까지 끌어들이는 유통혁명으로 번져갈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만 볼수 있는 현상이 아닌 국제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과 일본에서 일고 있는 가격파괴적 유통혁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유통업계가 아웃렛(재고처분)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의 경우 정보혁명의 이기실용화,물류혁신이 이런 유통혁명을 촉진하는
작용을 했다.

시중가격의 40~60% 저가로 파는 할인업종 하나로 전미국백화점에 필적
하는 연간 670억달러의 매출액과 23억달러의 순이익을 내는 유통업계의
왕자로 군림한 월 마트가 가격파괴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일본에서도 작년말부터의 중소 유통업체들에 의한 파격적 가격인하를
시작으로 올해엔 백화점 대형유통 자본과 공급자메이저등 대기업에
의한 가격인하경쟁에다 최근에는 서비스요금에까지 번져 택시요금을
단독으로 인하하려는 택시회사까지 나타나고 있는 정도다.

여기서 우리 기업들은 가격파괴가 국내뿐아니라 세계각국에 공통된
현상인 배경을 직시해야 한다.

그 배경은 세계가 단일시장인 동시에 세계의 어디든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곳을 찾아 공장을 세울수 있게된 WTO시대의 개막은 정보혁명의
파급과 함께 제조업까지 동참시키는 가격파괴적 유통혁명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부품수를 줄이고 생산라인을 단축하는 방법등으로
생산원가를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안이하게 시간을 보내게 될때 국내
시장에서건 해외시장에서건 가격파괴를 무기로 나오는 외국기업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음을 말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96년의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계
가 너무 많은 규제와 자본부족 때문에 외국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열등한
후진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아무튼 가격파괴시대의 기업전략은 결국 기업의 고전적과제인 원가절감에
귀착한다고 할때 우리 기업들이 노력을 쏟아야할 방향은 자명하다.

그리고 정부가 해야할 일이 기업비용의 누적을 가져오는 행정규제와
정부개입을 철폐하는 조치와 공공요금의 안정임도 명백하다.

그것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소비자위주의 경제개편
지향이다.

정부와 기업은 범세계적인 가격파괴도전에 대비하는 정책과 경영전략을
강구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