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클린턴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본격화되기 시작한 미국의 정보고속도로
구축움직임이 각국으로 번져 전 지구적인 정보고속도로 구축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정보고속도로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포함시켜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자 일본 유럽연합(EU)도 뒤질세라 21세기를 대비한 국가정보전략
을 잇달아 내놓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의 기반이 빠른 속도로
마련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인포반(Global Infobahn)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휴대용 전화기나 휴대용 정보단말기만 있으면 지구 어느곳에서나 비즈니스
가 가능하고 집안에 앉아서도 강의를 듣고 의사의 진찰을 받고 쇼핑도 할수
있는 그러한 시대로 가는 도로가 닦이고 있는 셈이다.

엘 고어 부통령의 주도아래 미국은 지난 92년부터 정보통신분야의 핵심
기술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통신망을 새로이
정비하고 이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케할 국가 정보기반구축(NII)사업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보분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등
민.관 협력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자극받은 일본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가 통신망을 빠른 시일안에 고도화시키기 위해 우정성등이 주축이 돼
신세대 통신망구축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재원 확보에 나섰다.

EU도 다음 세대 세계경제에서의 경쟁력강화와 유럽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미국이나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등
유럽지역 정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는 어느면에서는 정보고속도로 구축의 선구자라해도
틀리지 않는다.

10여년 전인 80년부터 "전자정부"구축을 목표로 정보화를 추진해 왔는데
지난 91년에는 국가전산원이 싱가포르의 정보기반 구축방향을 명시한 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의 경우는 지난7월에 오는 2000년까지 70억달러를 고속정보통신망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포반 경쟁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정보고속도로 구축경쟁에 나서고 있는 나라들의 눈길이 국내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국가간 정보통신망을 수월하게 연결할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자국의 NII계획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시킨 GII(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를 건설하기 위한 기술
표준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구상은 광섬유 통신망과 위성통신망을 결합, 전세계를 커버하려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선진국들로 구성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 6월 개최한 회원국정보
관련 합동위원회를 시발로 국제적인 고속정보통신망 구축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각국간 통신망 구축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표준을 마련하는
등 기반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표준마련외에도 국가간 협상을 통한 정보네트워크 구성
노력도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NII위원회와 일본 우정성이 차세대 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일본은 미국의 GII계획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5개의
우선 연구분야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또 지난 6월 파리에서 개최된 일.유럽 전기통신포럼에서 정보
통신망의 국제적인 기술표준의 필요성을 확인, EU측과 적극적으로 협력키로
의견을 모았다.

국가적 차원의 협력과는 별도로 기업들에 의한 구축기반 조성도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국가적인 협력이 GII환경조성에 그치는 것이라면 기업들에 의한 국제적인
제휴등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으로 GII구성에 따라 창출될 새시장을
겨냥, 갈수록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영국 국영통신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사가 일본 국영통신회사
였던 NTT에 차세대 통신망에 쓰이는 광케이블및 각종 기기의 규격통일을
제의했다.

광역종합디지털통신망(B-ISDN)의 규격통일을 통해 정보인프라를
네트워크화하는 비용을 줄이자는 시도였다.

미통신업체인 AT&T와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은
고속정보통신망 시대가 열리게 되면 본격적으로 도입될 개인용컴퓨터를
활용한 화상회의 시스템부문에서 협력키로 최근 합의, 일반인들도 손쉽게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출수 있게될 전망이다.

기업들에 의한 준비작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심이된 멀티미디어 기술관련 제휴에 일본 기업들이
가세함으로써 실질적인 기술표준으로 인정받는 유력한 기술들이 탄생할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김현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