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뼈대가 물렁해진 사람처럼 흐늘거리며 게이샤의 방으로 들어서자
에도는 혀가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그런 소리로 뇌까려댔다.

"좋지, 좋아. 이 방에서 네가 나를 모신다 그거지. 맞지?"

"예, 호호호."

"사이고란 놈이 나를 잘 모시라 그랬지? 맞지? 내가 다 들었다구"

"호호호. 술이 퍽 약하신가봐요. 많이 취하셨다구요"

"취하기는. 하나도 안 취했다구"

그러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에도는 깔려있는 이부자리 위에 무너지듯
나가 떨어졌다. 부축하고 있던 게이샤도 함께 쓰러졌다.

"몇 살이지?" 에도는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안으며 물었다.

"열아홉이에요"

"열아홉? 십구세라 그말이지? 맞지?"

"예, 맞다구요" "어디 보자."

초점을 잃은 듯한 몽롱한 눈으로 계집애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더니,
"곱구나. 고와. 흐흐흐." 기분이 매우 흡족한 듯 히들히들 웃는다.

어느덧 그의 한 손은 그녀의 치맛자락을 들추고 안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이름이 뭐야? 하루코야, 아키코야?"

"기쿠예요" "기쿠라. 냄새가 좋겠구나. 어디 보자."

에도는 그녀의 목줄기에다가 코를 갖다대더니 그만 앞니로 그 하얗고
야들야들한 살을 자근자근 문다.

"아으. 간지러워요" 기쿠는 몸을 움츠리며 간드러진다.

곧 그녀의 목줄기에서 입술로 옮겨가서 한참 정신없이 짓이겨대더니,
"흐유." 술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숨을 훅 내뿜으며 벌렁 큰댓자로
사지를 내던진다.

"옷을 벗겨 드릴께요" "응" 기쿠는 가만히 일어나 앉아 에도의
"하오리"(겉옷)를 벗겨낸다. 그리고 "하카마"(하의)를 벗긴다.

에도는 기분이 몽롱한 듯 번듯이 누운채 두눈을 멀뚱거리고 있다.

기쿠는 이제 제 옷을 벗으려고 돌아 앉더니, "잠깐만요. 볼일을 보고
올께요" 하고는 일어선다.

"어디 가는 거야?"

"볼일을 보러 간다니까요. 곧 와요"

"볼일은 내가 바쁜데. 흐흐흐." 화장실에 갔다가 서둘러 돌아온 기쿠는
그만 어이가 없어서 하하하. 소리를 내어 웃는다.

그새 에도가 잠이 들어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