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전격단행된 경제팀에대한 일부개각은 정재석경제부총리의
신병에서 비롯된 순환인사의 성격을 띠고있다.

따라서 경제팀에대한 질책이라든지 국면전환용의 개각과는 거리가
있는 "돌출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돈식청와대대변인도 이날오전 개각을 발표하며 특히 이점을 강조했다.

사의를 표명한 정부총리에게 김영삼대통령은 "아쉽지만 건강은 더욱
중요한 문제"라며 이를 수리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 우리경제가 매우 잘되고있는 만큼 개각폭을 최소화해 현재의
경제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것이 이번개각에 담긴 김대통령의 뜻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개각이 비록 소폭이며 돌출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해도 그
내용이 담고있는 뜻이 가볍지만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음개각시에 등용될것으로 점쳐졌던 인물들이 바로
예상됐던 그자리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김대통령의 집권중반기 경제구상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금융등 경제 각분야에대한 개혁작업이 보다 가속화되는 신호탄으로 볼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홍재형재무부장관을 경제부총리로 발탁한것은 그에대한 김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할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홍장관은 문민정부의 1기 경제각료중 가장선전한 장관으로 청와대
주변에서 평가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전격단행된 금융실명제 실시과정에서는 완벽한 보안유지와
매끄러운 사후업무처리를 보여준바 있다.

이로인해 작년 연말에 단행된 내각개편때도 경제부총리의 물망에
오르내렸다.

박재윤경제수석을 재무장관에 발탁한것도 예견됐던 일이다.

문민정부의 신경제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던 박수석은 청와대를 떠날경우
재무장관자리를 가장 강력히 희망해 왔었다.

따라서 당초예상대로 연말경에 개각이 있게되면 김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고려할때 재무부로 옮겨앉을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대통령으로서도 국내외 여론을통해 가장 낙후됐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금융분야의 효과적인 개혁을 위해 박수석이 재무장관을 맡아줄 것을
희망했다는 후문이기도 하다.

예견된 인사는 한이헌차관의 경제수석 임명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시절부터 김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 역활을 한것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박수석의 뒤를이을 경제수석 감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이번 소폭개각으로 당초 올연말께로 예상됐던 김대통령의
당정개편구상이 모두 마무리 된것으로 볼수는 없다.

시기적으로 지금은 경제팀보단 비경제부처에서의 국면전환필요성이
강조되는 때다.

또 이번개각은 그야말로 순환인사의 틀을 한치도 벗어나지않았다.

이런 점에서 경제팀의 부분개각과 관계없이 전부처와 청와대수석들을
망라한 대폭적인 개각이 올연말께 있으리라는것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관용대통령비서실장이 안기부장으로 옮겨앉고 김우석
건설장관이 그 후임을 맡는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또 새정부 출범초기부터 임명된 장관과 업무추진에 문제가 있는것으로
알려진 몇몇각료들이 곧이어 있을 대규모 개각시 바뀌리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내용들이 설 이상의 무게가 실린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서는 시중에서는 물론 청와대 주변에서도 전혀
그 낌세를 몰랐다해서 또한번 화제다.

김대통령의 "깜짝인사"가 또한번 진면목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심지어 정재석부총리가 심각할정도로 건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조차 박재윤수석등 대부분 청와대 측근들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운데서도 개각의 가능성이 처음 나돈것은 지난 3일오후.

IMF총회참석차 마드리드에 출장중이던 홍재형장관이 김포공항을 통해
급거 귀국한 것이 전해지면서 부터였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과 그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밤 청와대와
관계부처의 고위층에게 잇따라 연락을 해 보았지만 모두가 정말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될 따름이었다.

홍장관은 귀국후 집에도 연락을 하지않고 청와대의 공식발표가 나올
때까지 모처에 은신, 언론의 추적을 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김기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