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시적이나마 국제수지상의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

70년대까지만해도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했고 따라서 원화의 대달러 환율을
계속 올려나갈수 밖에 없었다.

60~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몇달이 멀다하고 환율이 오르고 또 오르던
사실을 기억할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1961년에만해도 100대1이었던 환율이 81년에는 700대1로 뛰어올랐던
것이다.

국제수지에 계속 적자가 날때 환율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꿔말해 환율이 올라가면 왜 적자가 줄어들게 되는 것일까.

예를들어 1달러에 600원이던 환율이 800원으로 오르면 국제수지에 어떤
변화가 오게 될것인지 생각해 보자.

우선 우리 수출품의 달러가격이 내려가고 이에따라 수출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국내가격이 12만원인 전화기의 경우 600대1의 환율에서 수출가격이
200달러였던 것이 800대1의 환율에서는 150달러로 떨어지게 된다.

해외의 수요자들은 싼 가격에 끌려 우리로부터 더많은 전화기를 사려할
것이 분명하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늘어날뿐 아니라 수입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예를들어 미국산 오렌지를 t당 100달러에 수입하고 있었다고 하자.

600대1의 환율에서 이것의 국내가격은 6만원이지만 800대1의 환율에서는
8만원이 된다.

그러므로 국내의 소비자들은 자연히 오렌지를 덜 먹게 되어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이렇게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드는 과정을 거쳐 국제수지
가 호전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수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수출물량을 의미하는 것이지 수출금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 주의하기 바란다.

환율이 오른 결과 수출량이 늘더라도 그 증가폭이 미미할 경우에는 달러로
표시된 수출금액이 종전보다 더 작아질수도 있다.

예를들어 수출가격이 25%떨어졌는데 수출량은 10%만 증가했다면 수출금액은
전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환율이 올라 수출가격이 하락할때 수출량이 크게 증가해야만 수출금액이
종전보다 더 커질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입의 경우에도 수입량이 크게 줄어야 수입가격이 오른
효과를 상쇄하여 수입금액이 줄어들수 있다.

환율이 올라서 수출입가격이 변화했는데도 수출이나 수입물량의 반응이
미미하게 나타난다면 국제수지는 오히려 종전보다 더 악화될수도 있다.

경험적으로 보면 환율이 올랐을때 즉각적으로 국제수지가 호전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처음에는 잠시 악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발견할수 있다.

국제수지의 악화를 아래쪽으로의 움직임으로 표시하고 호전을 위쪽으로의
움직임으로 표시하면 처음에는 내려가다가 시간이 충분히 흐른다음에야
서서히 위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움직임이 마치 영문의 J자를 옆으로 비스듬히 누인 모습과 비슷
하다 하여 J-곡선효과(J-curve effect)가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