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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경제연구소 (소장 김세원경제학교수)는 30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급변하는 세계와 정책적 대응''을 주제로 한 제1회
수암경제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운찬서울대교수가 주제로 발표한 ''신경제의 금융
조치''를 간추려 싣는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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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제의 금융조치 <<<<

**** 정운찬 <서울대 교수> ****

금융은 국민경제의 혈맥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도안 한국경제는 그
혈맥이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금융부문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가장 많이 받아온 부문이다.

규제와 감독은 대부분 은행을 정부의 자금조달및 배문 창구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며 은행들은 대출심사를 통한 효율적 자금배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더욱이 중복 과잉투자등이 발생하고 기업 부실화가 진행되면서 은행들은
많은 부실채권을 보유하게 되었다.

부실채권을 보유하게 된 은행은 그 기업과 난파선에 동승한 격이
되어 구제자금의 대출을 닐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

현재까지도 은행은 공식적 정부규제와 비공식적 간섭에 시달리고
있으며 부실채권의 보유액도 감소하지 않고 있다.

작년 6월말 현재 은행의 불건전채권(추정손실+회수의문+고정+요주의)은
전체여신의 21.6%정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부문이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 국민경제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김영삼정부는 겉으로는 "금융시장및 기업에 있어서 과거의 지시와
통제를 지양하고 자율과 경쟁을 유도하여 금융이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함으로써 금융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금융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다루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도적 개혁보다는 단기적 경기부양에 집착,자유경쟁
질서의 확립과는 역행하는 여러가지 우를 범하였다.

정부는 출범 초기 여러가지 장미빛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지난
1년반동안 우리는 많은 혼란을 겪었다.

정부가 제시한 여러가지 목표는 상호 모순된 것이 많았고, 또 여론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지난 8월에도 통화정책의 난맥상은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7월 하순부터 통화당국은 그동안 다소 늦추었던 통화량조절의 고삐를
바짝 당겨 환매체(RP)규제를 강화하고 지준부족 은행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에따라 지준부족을 회복하려는 은행간 "돈뺏기"전쟁이 일어났다.

콜금리가 한때 법정최고한도인 25%에 달하는등 비정상적인 금리 상승이
일어났고,은행들의 대출기피로 제2금융권및 일부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등 자금흐름의 왜곡이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도 통화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통화긴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물가가 상승한 원인이 통화량증가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가상승의 직접적 요인은 농수산물가격 상승이었으며,그 해결책은
농안법파동에서도 알수 있듯이 유통구조의 개선등 비용측면에 있다.
더구나 통화주의적 정책은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의 안정성을 저해하였다.

지난7월 이후의 지준정책은 바로 이를 분명히 입증하고 있다.

은행들의 지준확보 노력은 8월 중 콜금리를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증가
시켰고 단기시장의 일시적인 자금난을 유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준
마감일이 지난 이후에도 은행들이 계속 대출을 꺼려함으로써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다.

통화정책의 지표로서는 자금흐름의 구조적인 변화를 정확히 반영할수
있는 이자율이 보다 타당하다.

금리자유화조치등으로 금리의 탄력적인 변화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통화량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나 이자율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절실하다.

한국금융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금융기관의 정상화이다.
금융거래를 중개하고 자금을 배분하는 금융기관의 정상화없이 한국금융
의 문제는 해결할수 없다.

정부가 금융에 관한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혔던 실명제도 사실은
금융기관과는 상관없는 금융거래상의 문제이다.

그러나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그 첫단추를 잘 끼우면 의외로 쉽게
풀수 있다.

한국금융 문제의 해결은 불실채권정리로부터 시작돼야한다.

그리고 일단 불실채권문제가 해결되면 은행업에도 철저한 경쟁원리를
도입,건전하고 수익을 많이 내는 은행이 승리자가 되고 수익을 못
올리면 도산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은행내부에서 혁신형 인사들이 대접받는 풍토가 종성될 것이고
은행의 경쟁력도 제고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