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는 이다가키와의 약속대로 애국공당의 결성대회에 참석하고, 이틀뒤
도쿄를 떠나 고향인 사가로 향했다.

금족령이 내려져 있는 터이라, 태정관에는 고향의 노모가 중환이어서
문병차 귀향한다는 사유의 허가원을 제출해 놓고서였다. 허가가 날지
어떨지 몰라서 그냥 출발해버린 것이었다.

요코하마에서 에도는 젊은 수행원 두사람과 함께 미국 태평양기선회사의
뉴욕호에 몸을 실었다.

뉴욕호는 고베와 나가사키를 거쳐 청나라의 상해까지 가는, 월 2회의
정기선이었다. 그래서 배안은 승객으로 초만원이었다. 승객 중에는
서양사람들도 많았다.

에도는 미리 표를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등실의 신세가 되었다.

비록 물러나기는 했지만 참의였고 사법경이었던 사람이 삼등실의 혼잡
속에 섞여 앉아있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가 그런 귀하신 몸이었던 에도 신페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공기도 혼탁한 삼등실의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에도는 답답해서
바람이나 쐬려고 갑판 위로 올라갔다. 1월달이어서 바닷바람은 한결 더
찼다.

난간에 서서 잠시 망망한 겨울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에도는, "자칫하면
감기가 들겠는데."하고 고개를 움츠리며 도로 선실로 내려가려고 출입구
쪽으로 걸음을 떼놓았다.

그때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역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에도와
시선이 마주치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른 다가왔다.

"에도 신페이 도노 아니십니까?"

"그렇소. 누구시오?"

"저는 하야시 유소라고 합니다. 외무성에 근무하다가 작년 시월에
그만두었지요"

"아, 그래요?"

하야시는 도사번 출신으로 외무성의 대승(국장급)이었는데, 정한론
정변때 자기네 번의 대선배인 이다가키의 뒤를 따라서 관직을 그만둔
사람이었다. 그 뒤로 그는 이다가키가 추진하는 평화적인 정치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다가키에 대한 체면 때문에 마지못해 그러는 것일 뿐
실상은 자기네 도사번의 반정부 무력행동 조직인 해남의사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틀전에 있었던 애국공당의 결성대회에 참가하고, 볼일이 있어
가고시마로 가는 길이었다.

"몇호실이십니까?"

"미리 표를 안 사서 삼등실에 있어요"

"그러시면 제 방으로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