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한국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꼽으라면 지역관련문제와
감투관련 문제가 으뜸일 것이다.

올 정기국회에서 가장 첨예화된 정치쟁점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동의안
처리와 남북대화관련사항이 되리라 예상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개회벽두에 느닷없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행정구역개편안
이다.

이유는 그 속에 지역문제와 감투문제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만일 대립의 초점인 울산이 주무장관과 무관만 하다면, 또 경남지역과
대통령 사이에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고만 해도 이렇게까지 여.야대립
여권내부의 찬반이 정치생명을 거는 양상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격을 올리고 내리는 구역조정에는 그 바탕에 감투의 크기가 깔려
있기 때문에 따논당상 꿈에 젖은 관료층까지 머리를 싸매고 파고들어
싸움판은 커지고 감정의 골이 깊이 파이게 마련이다.

근원적으로 따져 들어가면 역대 정권이 행정구역조정에서 쌓아온 관행에
문제가 있다.

행정능률향상이나 주민의 편익증진을 위해 깊이 연구하여 결정하기 보다는
정권안보와 자당자파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판단의 주안점을 둔데 연유
한다.

실질검토없이 인구요건 하나에 의존하는 면.읍.시로의 자동승격도 결국
정부의 책임회피라고 할수 있다.

더구나 직할시의 지정에 있어선 정치지도부의 사고가 문제의 핵심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왔지만 각급 선거때마다 시승격 직할시승격의 공약한번
하지 않은 정당과 정치인이 과연 있었던가.

조금만 생각해도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명백히 내다보이는 경우에도 오로지
득표만을 위해 약속을 남발했고, 또 차기선거에 지지 않으려니 그 약속을
울며 겨자먹기 처럼 이행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몇주동안 이 문제를 놓고 이어지는 흐름은 한마디로 국민을 불쾌하게
만든다.

처음엔 슬며시 여러 지역의 승격 확장 가감등 조정의견이 나오고, 이어
내무부안으로 드러냈다.

격렬한 반대끝에 경기도분할은 잠잠해지고, 무슨 감을 잡은듯 잠시 모두
멈칫했다.

다시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의 울산 직할시승격 반대성토가 열을 띠었고
이에 맞서 울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승격안되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드디어 판에 박은 주민 데모대가 출현했다.

승격요구 울산시민대가 여의도에 진주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정치적 처리를 반대했거니와 이 문제는 적폐의 시정을 통한
행정능률의 회복이라는 목적에 맞게 풀어야할 성질임을 강조한다.

격만 따지는 가치관으론 국가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