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고와 함께 퇴진을 했던 이다가키,에도,고도,소에지마등 전참의들
에게는 도쿄를 떠나지 말라는 정부의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천황의
부름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실은 금족령인 것이었다. 그들이 마음대로 출신번에 돌아가도록
내버려두었다가는 그곳에서 무슨 일을 일으킬지 알수가 없어서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였다.

해가 바뀌어 1874년,메이지7년 1월초순 어느날 밤,에도는 이다가키의 집을
방문했다. 그와 상의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사가번 출신인 에도 신페이는 사표를 내고 물러날 당시 참의에 사법경을
겸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가번 출신으로는 단연 선두를 달리는 거물
이었다.

사가번 출신의 참의가 세사람이었는데,오쿠마와 오기는 내치파였고,에도
혼자만 정한파였다. 그래서 그는 실각을 하고 말았는데,실각을 함으로써
에도는 출신번인 사가에서 사족들 사이에 대인기였다.

사가번에는 정한당과 우국당이라는 두 단체가 결성되어 있었다. 정한당은
명칭 그대로 조선국 정벌을 목표로 내세운 집단이었고, 우국당은 사족들의
몰락을 가져온 유신정책을 반대하고,봉건제도로의 복귀를 강력히 요구하는
결사체였다.

정한론 정변으로자기네 번 출신의 열렬한 정한론자인 에도가 실각하자,
정한당은 분개해 마지않았다.

의논한 끝에 은밀히 대표를 에도에게 보내어 고향으로 돌아와서 자기네
정한당의 당수가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요청을 받은 에도는 상의차 이다가키를 찾아갔던 것이다.

"이다가키공, 나는 고향인 사가로 돌아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술잔을 기울이면서 에도는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뜻밖의 말에 이다가키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도쿄를 떠나다니. 그럼 태정관에서 가만히 있겠소?"

"설마 오쿠보란 놈이 사가까지 잡으러 오지는 않겠죠 뭐. 고향의 노모
께서 병환이라는 핑계를 대고 떠날까 하오"

"고향엔 왜 가려는 거요?"

"고향 쪽이 수상하지 뭐요.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단
말이외다. 우리 고향에 정한당이라는게 있잖소. 그 정한당이 폭발할
것 같다니까요. 내가 가서 진정을 시킬까 하고."

"에도공이 가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물을 붓는 역할을 할수
있을것 같소?"

"기름이 되느냐, 물이 되느냐. 허허허. 그거 재미있는데요"

"안가는게 좋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