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경제가 비상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역내
국가들간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해외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경제개발을 추진, 이제 그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중 말레이시아는 비상대열의 선두권을 형성, 특히 눈길을 끈다.
말레이시아경제는 지난 5년동안 평균 8%를 웃도는 고성장을 이뤄냈다.

또 인플레를 낮은 수준에 묶고 실업률도 3%수준으로 유지,완전고용이나
다름없는 안정성을 과시했다. 또 올해도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은 8.4%에
이르며 인플레는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모하메드 마하티르총리가 지난 91년 제시한 국가 장기발전계획인 "비젼
2020"의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오는 2020년까지 경제성장률을 7%로
유지하고 1인당 국민총생산(GNP)을 1만달러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마하티르총리는 이계획에 따라 말레이시아 산업을 노동집약적인 구조에서
고부가가치,자본집약형인 것으로 바꿔놓을 방침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를
위해 해외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등 투자분위기 조성에 애쓰고 있다.

예를들어 전자부문의 경우,지난 20여년동안 투자여건을 개선해와 최첨단의
기술을 무리없이 받아들일수 있을만큼 기반이 닦여져 있다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설명한다.

다토 세리 라피다 아지즈 말레이시아통산장관은 이와 관련,지난달 서울
방문중에 가진 한 투자관련 세미나에서 "말레이시아는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돼 있는데다 정부가 실질적인 투자촉진책을 적극적으로 추진,다른
어느나라에 비해 투자조건이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가 현재 추진중인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완공되면
경제발전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밖에도
금융적인 면에서나 양질의 노동인력 지원이 어느 지역보다 낫다고
강조한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사회간접자본은 해상.항공루트를 통해 세계 어느
곳으로도 손쉽게 연결될수 있으며 국내 산업화도로는 어느 공단지역과
항만등과도 유기적으로 접속될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투자를 확대해왔으며
한예로 1백억달러를 투자, 내년에 끝나게 되는 사회간접자본시설확대
6개년계획이 끝나면 산업발전에 필요한 기본요건은 완비됐다고 할수있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투자의 또다른 이점은 생산비용이 낮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30-40% 생산
비용을 줄일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 정부자료는 밝히고 있다.

말레이시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근 해외투자 유치노력은 그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올상반기 외국업체들의 대말레이시아투자는
46억말레이시아달러(약18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한해동안의 실적과 맞먹는 것으로 연말까지는 투자액이 지난
92년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88년부터 92년 기간중 해외업체들의 말레이시아투자는 19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까지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23억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내년쯤이면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으로 빼앗겼던 해외투자의
물꼬를 완전히 말레이시아로 돌려 놓을수 있을 것으로 말레이시아정부는
확신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의 해외투자 유치노력은 이전과는 다소 차이난다.
말하자면 일본 일변도에서 탈피,미국 유럽등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80년대중반 일본을 배우자는 의미로 "룩 이스트"로 명명된
동방정책을 펼쳤던 이나라가 10년만에 그같은 정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에 대한 연구가 끝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일본이
기술이전을 회피,일본을 산업발전의 동반자로 여기다가는 나중에 곤란한
일을 당할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특히 마하티르총리가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자동차분야에서 이런
일이 빈발,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이 탈일본이라는 양상과 함께 방향수정을
하게 된 것이라 할수 있다.

이의 계기가 된 사건은 동방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프로톤사의
경우로 이는 일본 미쓰비시와 합작으로 설립된 자동차업체이다.

이회사가 생산하는 자동차는 말레이시아 국내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만7천대를 해외로 수출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엔화상승의 여파로 수출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미쓰비시로부터 수입해오는 부품가격이 엔고로 오름에 따라 차량가격이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말레이시아측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부품 30%
가량을 국산화하겠다고 미쓰비시에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프로톤사가 생산하는 자동차가 유럽에서 일제차와 경쟁하는 양상이
빚어지자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결과 말레이시아는
새로운 합작선을 찾아 유럽이나 북미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동방정책으로부터 방향을 선회하게데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 이는 아세안이 일본의 배타적인 생산기지화하는 것을 막기위해
미국이 이시장에 집중투자하려는 태세여서 미국기업들의 유치도 어느
때보다 손쉬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아세안에 4백억달러를 집중투자,투자규모를 일본과 맞먹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앞으로 10년후엔 의료장비,자동차부품,환경관련
프로젝트등을 중심으로 2천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따라서 아세안의 선두주자격인 말레이시아는 이같은 투자로부터 가장 큰
몫을 차지할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실업률이 3%정도로 완전고용상태라 할수 있는데
이에따라 싼값의 노동인력조달이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한예로 지난 92년의 경우,임금상승률이 생산성향상 수준을 크게 앞질러
앞으로의 경제성장이 지장을 받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걸림돌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제거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장의 속도가 달라진다고 할수 있다.

<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