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방의 낮기온이 1907년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
이 시작된이후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폭염이 계속된 올 여름 인간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연 생태계에서도 무더위로 인한 기현상이 많이 발생했다.

더위를 먹은 독사 살모사등이 때아닌 "하면"에 들어갔으며 여름밤이면 맹
위를 떨치던 모기들도 예년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줄어 들어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 댐이나 호수에 서식하던 물고기들이 30C이상으로 상승한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했으며 닭 돼지등 가축들도 집단폐사했다.여기에다 난데없는
잠자리떼까지 출현해 극성을 피우는 바람에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골치를 앓
기도 했다.

냉혈동물인 뱀은 온도에 따라 스스로 체온을 조절,기후에 적응하지만 30C
이상의 날씨가 계속될 경우 체온조절에 따른 에너지 소모가 커 아예 땅속으
로 들어가 잠을 잔다는 것.

이때문에 경기 연천에서 여름 한철 땅군 부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아온
최종현씨(37)는 "지난해에는 산에 쳐놓은 그물에 하루 평균 7-8마리의 뱀이
걸려 들었으나 올해는 한마리도 못 잡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모기의 경우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산란처인 웅덩이가 말라 산란 자체가
어려웠으며 산란을 했다하더라도 유충인 장구벌레가 사라지거나 부화율이
크게 떨어져 그나마 열대야속의 짜증을 덜었다.

이와는 반대로 고온 날씨의 지속으로 번식조건이 좋아진 잠자리는 제철을
잊고 대규모로 조기 등장해 가을에나 볼수 있는 고추잠자리떼가 도심 하늘
을 수놓았다.

잠자리떼로 인해 애를 먹은 대표적인 기업이 포항제철. 포항제철은 지난
달 중순 포항지방의 낮기온이 37C를 웃돌면서 나타난 잠자리떼가 냉연강판
에 자꾸 떨어지면서 공정에 지장을 줘 "잠자리와의 전쟁"까지 선포할 지경
이었다.

여기에다 비가 내린 지난주부터는 매미까지 대거 나타나 밤낮을 가리지 않
고 울어대고 있다.올 여름같이 무더위가 계속되다 비가 내리면 알상태로 땅
속에 있던 매미가 성충이 되어 나오는 속도가 빨라질뿐더러 부화율도 높다
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이외에 뜨거워진 수온을 못이겨 대청호의 빙어가 수십만마리씩 떼죽음했고
울진의 한 양식장에서는 광어 50만마리가 더위를 먹어 죽는등 물고기들도
수난을 겪었다.

더위로 수난을 겪기는 지렁이도 마찬가지. 비교적 앝은 땅속에서 서식하
는 지렁이들은 높아진 지열을 못이겨 땅밖으로 나왔다가 말라죽기가 쉽상.
아파트 단지의 잔디밭에는 이처럼 말라죽은 지렁이들이 늘려있어 아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또 가뭄으로 전국의 가로수들이 일찍 낙엽으로 변하는 황엽현상까지 있어
올 여름은 말그대로 "그해 여름은 뜨거웠네"를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