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의 소설에 인간정신의 승리를 그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작품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슈코프는 전쟁중에 독일인이게 생포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집단강제수용소에 보내진다.

"조국을 배반할 목적으로 독일군에게 항복했다"는 것이 죄명이었다.

그는 절망적인 극한 상황에 처하지만 결코 운명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생명력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빼앗기 위해 고안된 온갖 악조건들 속에서도
굳굳하게 살아 남는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스탈린치하의 소비에트에 살았던 사람들중에는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만큼 온전한 정신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장소에 있어던 죄"라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정치범이 되어
집단강제수용소에 죽어간 사람이 수없이 많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이 성격을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협이
된다.

"나는 무가치한 존재"라고 느끼도록 인간성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전체주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집단강제수용소는 인간의 본성을 말살시키기 위한 공장이다.

수용소에 갇혀버린 자들에게는 복역기간이 따로 없다.

특별히 그들의 노동력이 목적이 되지도 않는다.

헐벗고 굶주리게 방치해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아무에게도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개인의 법적 인격은 완전히 말살돼 버린다.

결국 집단강제수용소에 갇힌 자들은 그들이 속해 있던 세계에서 잊혀져
버린 익명인간이 된채 죽어간다.

북한에는 나치.스탈린시대에나 있었던 것으로 알고있는 이같은 정치범
집단강제수용소가 아직 16개나 있고 그곳에 15만2천여명의 정치범이 수용돼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그곳에 수용돼 있는 정치범중에는 고상문씨등 납북억류자들도 상당수
끼어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면위원회에서 공개, 이들을 인도적차원에서
송환해야 한다는 사회의 여론이 물끓듯 일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인 송환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 남을 것이다. 우리는 빠져나가고 말 것이다. 신의 뜻에 의해
모든 것일 끝나 버릴때까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슈코프는 멀전 수프 한사발을 먹으면서도
삶이란 역시 즐거우며 그것을 위해 모든 고통을 감수할만 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이렇게 되뇌고 있다.

우리의 납북억류자들도 슈코프처럼 송환되는 날까지 삶의 의지를 잃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