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민 < 중앙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

김일성은 사망하여 이제 역사의 뒤안길에 묻히기 시작했다.

세계의 시선은 김정일에게로 쏠린 가운데 이제 북한에서는 순조로운 정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북측의 1인당 GNP는 이제 남측의 8분의1을 밑돌게 되었다.

김정일은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갈 작정인지 한편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그 아버지가 가졌던 카리스마를 쌓아 올리지 못했던 김정일은 결국 현실적
인 노선을 걸어가지 않을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아버지는 항일투쟁을 했고 6.25전쟁도 "승전"으로 마무리 지었으며,
적어도 7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남측보다 낫도록
만들었던 업적이라도 가지고 있다.

그 힘으로 그 후반부의 4반세기를 지탱해 왔다.

그러나 주민들이 끼니를 걸러야 하는 극심한 가난만을 물려받은 김정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이제 북한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할 입장에 있다.

그의 핵카드는 이제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북한의 경제상태를 나아지게 하려면 개방의 길밖에는 없다.

그러나 그 개방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이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급은 불문에 부친다고 하더라도 그는 개방의 길을
가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이것을 감지한 김부자는 이미 외국인 투자관련법을 재작년 말부터 수없이
쏟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두만강유역개발계획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은 일반적인 2세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서 어느 방향이건간에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의 집권기반을 다지는 초기에는 핵문제에 있어서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해 볼 가능성도 있으나 결국 경제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북측에 새정권이 들어선 이제부터 우리는 어떠한 대응방안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남측에서는 우선 김에 대하여 "우리는 북측을 절대로 강제 흡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이미 남측정부에서는 이것을 확실히 천명한바 있으므로 이것은
잘된 일이다.

그 다음에 할 일은 북측의 모든 사람을 안심시켜 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은 이미 이세상을 떠났으니 남측에서는 북측의 어느
누구도 적으로 보지 않고 북측의 모두를 같은 민족으로서 포용할 것이라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화조약이 그들을 안심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허용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통일이 된 이후에는 과거를 묻지 않고 그동안 북에서 차지했던 사회적
위치가 보장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뜻을 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불안감을 느낄때 불안한 사람들끼리 단결하여 끝까지
저항 세력으로 남을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통일의 시기가 올때까지 김정일이 실각하는 일이
없도록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것이 현명하겠다.

그를 실각시킬수 있는 세력은 군부밖에 없을 터인데 군부가 집권을 하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게 되고 따라서 통일이 지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북측을 적이라고 생각말고 할수 있는 모든것을 해주는 자세를
갖는 것이 긴요하다.

남측에서 6~7년동안 매년 GNP의 1%를 통일국채 형태로 자금을 조성하여
북측에 투자한다고 하여도 이 기간이 경과했을때 북측의 1인당GNP는 남측
대비 5분의1을 넘기 어렵고 전체적으로 볼때는 10분의1에 불과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북측이 너무 잘 살게 되어 오히려 위험하게 느끼게 될 상황에는
결코 이를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따라 정부에서는 현재의 간접교역형태를 직거래로 전환
시키는 노력을 하고, 미국과 일본의 협조를 얻어 우리힘으로 북측에 경수로
를 건설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와같은 구도를 잡게 되면 대북진출에 관심이 높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이제는 실제상황이라는 인식아래 철저한 준비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두만강 방면이 되었건, 남포방면이 되었건 개인기업의 입장에서
남북경협이 가지는 의미는 이윤의 추구, 미래 시장에 대한 교두보 확보,
혹은 경우에 따라서 자기고향에 대한 애착심등이 될수 있겠다.

그러나 국가적 입장에서 볼때 더욱 중요한 의미는 첫째로 경협만이 실제로
통일을 앞당길수 있다는 것과 둘째로 통일후 남측의 부담이 경협으로 인하여
북측의 소득이 올라간 액수의 대략 3배정도만큼 줄어든다는데 있다.

여하튼 김일성의 사망, 김정일시대의 도래, 북한의 조심스럽기는하나
그래도 개방해 나갈수밖에 없는 처지, 남측정부의 통일의지 발전, 그리고
세계사의 흐름등 모든것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그리 멀지않은 장래에
많은 기업들이 북측지역으로 진출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될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