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밝힌 김일성사망에 대한 공식입장은 한마디로 북한을 자극
하지 않으면서 국내의 조문파문은 서둘러 불식시킨다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불행한 사건들의 책임자"인 김일성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가 이미
내려져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주체적으로 새로운 평가를 가할
당위성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예견했던 "전범"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고 6.25, 아웅산테러,
KAL기 폭파사건등 구체적 사실에 대한 적시는 일절 없다. 다시 말해
원론적 입장표명에 그치고 있다.

당초 국무총리실이 마련했던 대북입장표명의 요지는 이날 발표된 것보다
훨씬 강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사망후 남북정상회담의 원칙이 유효하다는 것외에 일체의 입장
표명을 유보함으로써 조문공방이 벌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정부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따라 정부대변인인 오인환공보처장관이 직접 이같은 내용을 공표할
예정이었고 보도진도 바삐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17일을 전환점으로 바뀌었다. 남북대화의 주무
부처인 통일원이 이같은 방침에 강력히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진다.

어렵게 만든 정상간의 남북대화기조를 굳이 흐뜨릴 필요가 있느냐는
현실적 접근이었다. 발표문은 수정이 가해졌고 이총리개인발언형식으로
바뀌었다. 조문공방은 사실상 끝났다는 정부의 판단도 물론 작용했다.

그렇다면 대북유화제스처를 보인 정부의 의도대로 정상회담성사를 목표로
한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미 북한은 조문공방에 따른
정부의 방침을 놓고 대남비방을 강화하고 있고 특히 정상회담의 당사자인
김영삼대통령에 대해 한동안 중단했던 비방도 재개한 상태다.

결국 조문파문을 놓고 북한이 모든 선전매체를 동원, 남한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다시금 대화를 강조한 셈이 됐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김일성사망에서 조문파문에 이르는 동안 정부가
보여준 "혼선"은 반드시 되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