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제도의 개혁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논의가 있어왔고 또 여러가지 체제로 변천돼 왔다.

특히 지난86년 일본도쿄에서 열렸던 서방7개국(G7)정상회담에서 여러가지
구체안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2차석유파동이후 80년대초부터 시작된 저유가, 미국의 재정적자확대로
촉발된 저금리와 어우러진 이른바 3저시대에 돌입함으로써 세계경제는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함께 변동환율제로 인한 화폐가치의 자유분방한 등락은 각국의
통화, 경제정책에 새로운 골칫거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브레튼우즈체제로부터 이탈한 변동환율제도가 심화되는 대외불균형을
시정해 줄것으로 기대했던 미국은 오히려 이후 10년간 더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다.

이에따라 80년대초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대통령은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제창하고 나섰다.

일련의 국제통화회의를 소집하는 한편으로 86년2월에는 베이커재무장관
에게 세계통화질서확립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새로운 국제환율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브레튼우즈체제의 포기를 선언한때와 같다는 점이다.

86년5월 5개국에서 7개국으로 확대된 G7회담을 주관하게 된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총리는 2월 변동환율제도의 개혁안을 일본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중의원에서 공개했다.

이에따라 도쿄G7정상회담은 보다 안정적인 환율제도와 새로운 통화제도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이 회담에 참석한 서방지도자들은 한가지씩 나름대로의 새로운 환율제도안
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85년9월에 열린 G5재무장관회의에서는 달러화의 고평가를 시정
하기로 한 플라자협정이 합의됐는데 이때 새로운 환율제도의 도입이 필요
하다는 공동의 인식이 있었다.

말하자면 도쿄의 G7정상회담은 그러한 인식을 공론화하는 장이었던 셈이다.

도쿄정상회담은 새로운 국제통화제도의 모색이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G7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들이 참석하는 소위
G7회의를 창설하자는데 합의했다.

도쿄정상회담에서 각국은 그야말로 다양한 환율제도를 제시했다.

그만큼 각국의 이해가 반영됨으로써 새로운 국제통화체제의 모색은 난항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 수정변동환율제 >>>

나카소네일본총리가 주창한 것으로 기존의 변동환율체제에서 국가간의
통화정책협조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율의 구체적인 목표수준을 정하지 않고 각국경제의 기초상황
(fundamentals)이 환율에 제대로 반영될수 있도록 정책적 협조체제를 구축
한다는 개념이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의 의도와 일맥상통한 것이어서 플라자협정과 같은
국제통화회의를 통해 달러화약세유도등 환율의 조정으로 부분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말하자면 투기적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적 성격이 강한 변동
환율제도다.

<<< 참고환율권제도 >>> (reference zone rate system)

프랑스정부가 제시한 것으로 중심환율을 제정하되 환율관리는 각국정부의
재량에 맡기자는 아이디어다.

이것은 브레튼우즈체제하의 고정환율제도하에서 각국 통화당국에 요구됐던
환율유지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변동환율제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적정환율이 어느정도라는 것을 제시함으로써 외환거래에 참고가
되도록 하자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 목표환율권제도 >>> (target zone rate system)

이것은 유럽공동체(EC)가 채택한 유럽환율조정체계(EMS)를 원용한 것으로
역시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이 참고환율권제도에 앞서 83년에
제안한 제도다.

주요통화간에 일정한 교환비율을 설정하고 각국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상하
5%씩, 10%정도의 범위내에서 환율변동을 허용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참고환율권제도와 다른 것은 허용변동범위를 벗어나 환율이 움직일때는
해당국 통화당국이 자국화폐가치의 방어에 나설 의무를 갖는다는 것이다.

현재 상하 15%씩 변동폭을 허용하고 있는 ERM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를 모색하고 있는 볼커위원회의 아이디어를 받침하고
있는 환율체계이기도 하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