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을 2000년대 10위권으로 육성하겠다. 또 98년까지 중형항공기를
개발하고 2000년 이후에는 차세대 장거리용대형여객기 국제공동개발에
참여하겠다"

정부가 지난해3월 발표한 항공산업육성전략의 핵심내용이다. 당시만해도
국내항공업계는 정부발표내용에 상당히 고무됐었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해초 삼성항공을 방문, 항공기산업을 집중육성하겠다고
밝혔을때 국내항공업계는 2000년대에 10대 항공기생산국가로 성장할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취임후 처음으로 방문한 업체가 항공기생산업체라는 점에서도 새정부의
항공기산업 육성의지가 대단해 보였다.

청와대비서실관계자와 경제부처장관들은 물론 업계대표들을 모아놓고
항공기육성방안을 신경제5개년계획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했을때는 이제야
말로 항공산업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이같은 기대감은 1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던 것들중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10대 항공산업국은 커녕 98년까지 중형항공기라도 개발할수 있을
는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마저 점차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12일 김영삼대통령의 삼성항공방문에 맞춰 항공우주산업
개발 기본계획(10개년 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항공우주산업을 2000년대 세계 10위권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6월까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초 상공자원부 국방부 체신부 교통부 과기처등 항공관련부처들의
항공관련사업을 종합조정할수 있는 통합기구(가칭 항공우주산업기획단)를
청와대 직속기구로 설치할 계획을 수립했었다.

항공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할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기구를 축소조정하는 마당에 새로운 기구신설은 안된다는
이유로 항공우주산업기획단은 국무총리산하기구로 두기로 했다.

그나마 이 계획도 항공기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일부부처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국방과학연구소의 항공분야와 항공우주연구소를 통합, 상공자원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만든다는 방안도 실현되지 못했다.

항공관련연구소 통합은 군용기와 민항기로 분산됐던 전문인력을 집중
시키려는 것으로 연구인력을 극대화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통합된 연구소를 어느 부처밑에 두느냐 하는 문제로 인해 연구소
통합계획은 무산됐다.

항공기개발기관의 통합문제가 국방부가 맡고있는 군용기사업과 상공자원부
가 맡고있는 민항기사업의 통합관리문제로 번질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부처간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항공산업육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항공우주기술개발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백지화됐다.

상공자원부는 당초 공기업의 자금출자와 공항사용료부과등을 통해 1조
6천억원의 개발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열악한 수준의 국내항공산업을 단기간에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많은 개발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관계부처의 반발로 개발기금조성계획은 더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항공업계의 중복투자를 막고 항공산업에 대한 효과적인 정부지원을 위해
전문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안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상공자원부는 지난해초 7대군용기사업을 포함한 군항공기사업과 민항기
사업을 통합, 부품생산에서 최종조립까지 전문계열화시키는 방안을
지난해말까지 마무리짓겠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그러나 산업연구원의 용역보고서(민관컨소시엄 제시)만 받아놓고
아직까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98년까지 중형항공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실행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커녕 국내개발주체를 누구로 정할 것인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당초 5년으로 잡혀있던 개발기간중 1년이상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다.

상공자원부는 98년까지 항공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항공기개발계획이 아직까지 유효한 것은 청와대의 항공산업육성
의지 때문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해3월 항공기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해말 APEC정상회담에서 중국측과 항공기공동개발에 합의했다.

또 지난3월에는 중국을 방문, 항공기산업협력을 약속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항공산업육성에 대한 의지마저 없었다면 중형항공기 개발
계획은 이미 백지화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공기산업은 기술집약적 첨단산업으로 기술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항공기부품개발과 최종조립사업등에 참여하는 업체는 항공기산업에 참여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품질에 높은 신뢰도를 얻는다.

또 초정밀가공 첨단신소재 정밀전자 시스템관리등 첨단분야의 기술도 항공
산업을 통해 한단계 높아지게 된다.

반면 막대한 기술개발투자에 따른 위험부담도 크고 자금회임기간도 30년
이상 걸리는게 항공산업의 또다른 특성이다.

민간기업의 자생적 성장으로는 산업발전을 기대할수 없다.

정부가 항공산업육성을 위해 종합계획을 만든것도 이같은 항공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정부부처간의 이견을 조정할 총괄기구를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고 개발비의
50%를 내놓겠다는 내용들이 정부차원의 항공산업지원정책으로 제시됐었다.

항공산업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은 선진항공산업국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등 유럽국가들과 대만 이스라엘 인도네시아등이
정부차원에서 항공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항공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항공산업을 추진
하고 있다.

일본도 60년대 YS-11을 개발하면서 정부예산을 지원했다.

국내항공업체들은 지금이 항공산업을 육성할수 있는 절호의 시기로 보고
있다.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이 항공산업을 세계10위권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다 정부에서도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
이다.

또 조선 자동차 반도체산업등이 선진국수준가까이 올라선 상황에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할만한 산업은 항공우주분야밖에 없다는 판단도 항공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대항공기수요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과의 공동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우리나라 항공산업육성에 유리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항공업계불황으로 해외우수인력을 쉽게 스카우트할수있고 항공
관련기술도 싼값에 사올수 있다.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내외여건은 이처럼 우리에게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국은 한국의 항공기개발사업이 계속 지연될 경우 한국대신 다른 파트너를
찾아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항공산업이 호황으로 접어들면 항공기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진다.

정부는 기술파급효과가 크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항공산업을 집중육성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기를 놓치면 항공산업을 육성하기는 불가능해진다.

업계는 정부가 앞으로 2~3개월이내에 개발주체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항공산업육성의 기회를 놓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