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조세의 부과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게 마련인데, 중세
영국에서 부과된바 있는 창문세(window tax)의 예에서 너무나도 분명히
드러난다. 1696년에 제정된 이 조세는 납세자가 소유하고 있는 창문의
수에따라 내야하는 세금의 크기를 정하고 있다.

공평한 조세부담의 분배에 관한 원칙으로서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 걸맞게
조세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창문세가 그리 나쁜
조세가 아니었다고 말할수 있다.

당시만 해도 창문이 하나의 사치품 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유할수록
창문이 많은 집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의 행정능력을
가지고 각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 분명
하다.

각자가 창문의 수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할때 세금 내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사람들은 당연히 창문의 수를
극도로 줄인 집들을 지어 조세부담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 당시 지은집들을 보면 건물의 크기에 비해 창문의 수가
턱없이 적은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집들이 아직도 남아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조세가 사람들의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한 산 교육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세부과에 대한 납세자들의 반응은 자원배분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귀결을
가져 오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조세도 부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내린 경제적 의사결정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 온다는 것이 입증되어
있다.

그런데 조세가 부과되면 이 의사결정과정에서 교란이 오게 되고 그 결과
자원배분은 비효율적이 된다. 창문세의 부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통풍도 잘
안되고 컴컴한 집에 살게 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세금 내기를 싫어하여 행동을 바꾸는 것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사실을 적절히 이용하여
사회적 현안해결의 실마리를 줄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맥주에 부과되는 물품세율을 높임으로써 청소년의 음주운전
을 현저히 줄일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어 흥미를 끌고 있다.

이 연구는 물품세율의 인상이 한해에 일어나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평균
1,660명씩 줄일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하고 있다.

오염물질의 방출자에게 염양세를 부과하는 것도 세금 내기 싫어하는
태도를 이용하여 사회적인 목표를 달성할수 있는 또 다른 예이다.

대기나 하천으로 오염물질을 내버리는 행위에 대해 상당히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지우게 되면 사람들은 세금 내기가 아까워서도 방출을 자제하게
된다.

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라"고 수백번 설교하는 것보다 단 한번 무거운
세금부담을 지우는 것이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