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구 <서울대교수/경제학>

조기경보체제를 잘 갖추고 있으면 적이 미사일로 공격해 올때 이를
미리 알고 대비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일종의 조기경보체제를 갖추어 놓고 멀지 않은
장래에 나타나게 될 불황이나 인플레이션을 예측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맞을때보다 맞지 않을때가 더 많은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고 또 이것은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아무 정보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여 틀릴것을 알면서도 경제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게 아닌가 싶다.

점쟁이가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근거는 영감일 수도 있고 축적된 경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학자라면 영감보다는 체계적인 방법에 의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 경제가 순환해온 과정을 돌아보고 여기에서
발견한 규칙성에 입각하여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방법을 주로 쓰고
있다.

예를들어 통화량이 늘거나 수출액이 증가하기 시작하고 곧 이어 경기가
상승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발견되었다면 이 사실을 경기의 예측에
활용하게 된다.

경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경제변수의 동향을 주시
해야 한다. 그 변수들 가운데 어떤 것은 경기의 변동에 앞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경기변동을 뒤따라가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경기변동의 추세와 발맞추어 같은 보조로 움직여 나가는 변수들도
있다. 경기변동에 앞서 변화를 보이는 변수를 경기선행지표(leading
indicators)라고 하는데 앞에서 말한 통화량이나 수출액이 그 예들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면 앞으로의 경기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물가동향의 예측과 관련하여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장 그린스팬박사는 약간
색다른 견해를갖고 있다. 그는 금가격의 동향을 관찰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이 임박했는지의 여부를 예측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에 많이 좌우되어 왔고,또한 실제로
70,80년대에는 금가격의 동향이 일반적인 물가상승률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러나 금가격은 경제전반의 수요 공급상황보다는 정치적인 돌발사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속성이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의 근거로는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원자재가격의 동향이 인플레이션 예측의
좋은 지표가 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원자재가격동향이 인플레이션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볼수 있는 이유로 다음 두가지가 지적된다.

첫째로 원자재가격변동은 비용의 변화를 가져와 가격에 영향을 주게되며
둘째로 원자재는 경매의 방식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므로 수급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자재가격지수의 상승이 얼마 안있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를 많이 찾아 볼수 있다. 어쨌든 이처럼 조기경보의 역할을
하는 지표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경제를 한층 더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