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레빈(Richard Levin)예일대총장이 내한, 지난10일 연세대
상경대학 최고경영자교실에서 "미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수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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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에서의 미국의 경쟁력을 제조업 중심으로 본다면 우선 비관적인
면이 부각된다. 제조업제품의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월등 많아 무역수지가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것이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체노동인구에 대한 제조업종사노동인구의 비율은 20여년전의 4분의1
수준에서 현재 6분의1에 불과한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독일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지게 낮다.

그렇다고 미국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도 별로 빠르지 않고 다른 선진국
과의 격차가 줄고 있다. 무역수지에 대규모적자가 생긴 결과 외국인투자,
특히 일본의 투자가 미국내의 제조업 자산을 인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그리
비관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다.

제조업을 포함하여 미국경제의 국제수지가 적자인 것은 산업의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레이건(Reagan)정권 이후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불어난데
연유하는 것이다.

재정적자를 80년대 이전 수준으로 돌려 놓기만해도 미국의 국제수지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제조업노동력비중의 감소는 1인당소득의 증가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이기 때문에 자연스런 것으로서, 일본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이다.

미국은 타국보다 경제발전이 앞섰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먼저 겪고 있을
뿐이며,일본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들도 결국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까지로의
하락을 경험할 것이다.

노동생산성의 격차가 줄고 있는것도 어차피 선진국끼리는 1인당 생산액의
수렴이 불가피한 만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미국과 다른 선진국, 특히 미국과 일본간의 노동생산성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생산성의 역전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이 미국내의 제조업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해도 아직 전체
자산의 1. 5%정도 밖에 사들이지 않은 상태이다.

장래 미국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낙관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술주도권이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역시 당장 통계수치로만 본다면 미국의 우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내에 출원하는 특허건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인이 해외에서 취득하는 특허건수 역시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보아 미국의 우위는 유지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 미국의 기술주도권은 비교적 근자, 즉 2차대전 이후에야
형성(2차대전 이전에는 독일이 기술주도국이었다)된것이어서 단기간내에
상실되리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의 추이를 보면 슈퍼컴퓨터등의 최첨단기술에서 미국과 일본간의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간의 격차는 더 크게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제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흔히
산업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정책은 시행해서는 안될 것이다.

산업을 선별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정책은 후발산업화국가가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유효한 정책이지 미국 같은 선진국에는 유효한 것이
못된다.

어떤 산업을 선별지원할 것인가를 판단할 기준도 없기 때문에 로비행위만
유발하여 경제적 결정을 정치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클린턴정부는
한때 산업정책을 시행할 것처럼 보였으나 현재 시행을 포기한 상태이다.

수출자율규제 같은 보호정책도 경쟁을 제한하게 되어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반면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미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제품에
대한 타국의 시장을 개방하게 하는것은 좋은 정책이라 할수 있다. 그리고
미국정부는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특히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데 기초연구는 응용연구에
비하여 제조업의 경쟁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떨어지지만 지원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거시경제정책에 의해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