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뭄끝에 내린 단비를 맞으며 새벽 꽃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다.
터미날 지하의 꽃시장에 들어서면 향긋한 풀내음과 함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자태를 뽑내며 나를 반긴다.

UR문제이후 농촌의 시름이 너무도 깊다. 화훼단지도 경영난에 허덕
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소중하게 가꾼 꽃들이 판로가 막혀 땅바닥에
버려진채 짓밟히는 일도 있었다.

막막하고 답답한 나머지 화훼단지 대표들이 국회앞에서 대책수립을 요구
하는 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나 국회가 모든 숙제를 풀어줄수 없는 일이고 보면, 농촌의
아픔을 국민들이 함께 싸안아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의 절반은 여성이며 그 절반은 성인 여성으로 대부분은 주부
이다. 그렇다면 천만명의 주부들이 시장에 다녀올때 장부구니 속에
한두송이의 꽃을 사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으로 식탁을 장식해 놓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가족끼리 식사를
나눈다면 거기서 풍요로운 삶의 향기가 번지게 될것이다. 뿐만아니라
주부드러이 꽃을 삼으로써 화훼농가의 짐도 크게 덜어주게 된다.

더러는 퇴근길의 남편들이 꽃방에 들러 하루종일 일에 뭍혀 잊고 있었던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두송이의 꽃을 산다면 얼마나 멋있는 그림이
될까. 아마도 남편 손에 들려진 장미 한송이 만으로도 아내는 큰 행복을
맛보게 될것이다.

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훌륭한 메신저 노릇도 한다. 남의 집을
방문할때 친구에게 좋은 일이 있을때 삶의 여정에서 낙담한 이웃을
보았을때 우리가 한송이 꽃과 함께 따스한 말을 건넨다면 분명코 세상은
밝고 아름다운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꽃시장에서 한 아름의 꽃을 사들고 호텔로 들어선다. 그리고
열심히 꽃을 꽂아두고 찾아 주시는 고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꽃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