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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등수 중독' 탈출해야 진짜 AI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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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3강'처럼 숫자로 제시되는 목표
    양적 성장 전략은 한계 분명

    지속적 경쟁우위 확보가 활로
    강력한 인재 유입책으로 반전시켜야

    정부, 기업가와 과학기술자 믿고
    낡은 규제·제도 혁파로 진검승부해야

    안현실 UNIST 연구부총장
    [다산칼럼] '등수 중독' 탈출해야 진짜 AI 강국
    인공지능(AI) 3강, 피지컬 AI 1등. 국가AI전략위원회가 내세운 목표다. 모방형 추격 전략의 타깃은 숫자다. 성과 극대화를 위해 자원의 집중이 강조된다. 양적 성장의 대표적 성공 모델이 한국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단기적 성장 전략의 역설은 그다음 성장에 허들이 된다는 데 있다. 다양성 위축과 위험 회피로 창의적 연구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한국이 등수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로 의존성’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용어 사대주의’도 그렇다. 정부 보고서가 미·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AI 신조어로 시작하고 끝난다는 얘기가 있다. 용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이러다간 남이 만든 게임판에서 춤만 추다 끝날지 모른다.

    ‘평가 사대주의’도 마찬가지다. 해외 기관 어디선가 한국의 AI 경쟁력을 3위로 평가하면 정부는 바로 AI 3강을 달성했다고 할 것이다. 남의 평가에 사로잡히는 한 자신만의 전략 자산을 가진 AI 강국은 어렵다.

    경제안보 시대에 빅테크의 독점 AI와 경쟁할 산업정책 비전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강대국 미·중과는 달라야 한다. 기술전쟁은 선전포고가 필요 없다. 쓸데없이 미·중의 견제나 제3국의 오해를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은 특히 그렇다. 세계 경제에서 미·중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혁신 지리학’도 다극화로 흐를 전망이다. 미·중 밖의 협력과 지지를 얻는 다각화 전략이 요구된다.

    돌아보면 1930년대 제조업 강국은 미국이었다. 1950년대 이후는 일본과 독일이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도약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는 중국의 급부상이다. 제조업 경쟁 우위가 이렇게 변해오던 터에 AI 시대를 맞아 새판 짜기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공장 유치를 선언한 순간 스마일 커브(제조보다 그 앞단과 끝단의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구조) 글로벌 분업 전략은 끝났다. ‘공급망 리셋’이 그렇다. 바야흐로 AI를 무기로 한 ‘신(新)공장 경쟁’ 시대다.

    한국은 어찌할 것인가. 마이클 포터의 경쟁력 모형을 AI 시대로 끌고 와보자. 기업은 언제 어디서 경쟁자가 출몰해 자신을 몰아낼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럴 바엔 ‘자기 파괴’가 마지막 남은 기회일 것이다. 강점도 다시 정의돼야 한다. “새로운 것이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낡은 것이 되고 만다.” 1848년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부르주아에 대한 묘사다. AI 시대에 딱 맞는다.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와 지속적 경쟁 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는 다르다. 경쟁 우위는 자원이 희소하고(rare), 가치가 있으면(valuable) 가능하다. 지속적 경쟁 우위는 투자가 계속돼야 하고(durable), 남이 모방할 수 없어야 한다(inimitable)는 조건이 더 붙는다.

    한국 제조업은 지속적 경쟁 우위로 가고 있는가. 제조업 투자는 밖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 주력 산업이 그런 추세다. 미국에서 제조업이 경쟁력이 있으려면 AI 팩토리 말곤 대안이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AI 팩토리를 하고 싶어도 안고 가야 할 유산(legacy)이 너무 많다. 노동규제·제도부터 그렇다. 후진적 관치금융 등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도 문제다. 정부는 상속세를 폐지해서라도 기업의 AI 전환 투자 유인에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지만, 그럴 용기도 없다. 진짜 AI 팩토리는 해외로 나가고, 어정쩡한 AI 팩토리만 국내에 남을 판이다.

    남이 모방할 수 없는 경쟁 우위는 암묵지, 모호한 인과관계,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 퍼스트 무버의 도전성 같은 자원들이다. 대부분 인재(talent)로 내재화되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인재 유입국이 혁신을 주도하는 이유다. 한국은 여전히 인재 유출국이다. 기존 틀을 깨는 강력한 생태계적 인재 유입책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국가대표 AI를 뽑고 있다. 시장이 인정하는 진짜 선수는 한국 AI의 지속적 경쟁 우위에서 나온다. 정부는 기업가와 과학기술자를 믿고 AI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규제·제도 혁파에 진검승부를 걸어보는 것은 어떤가. 역사적으로 시대적 소명에 부응한 정부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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