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단의 부수석연기자 이정화씨(30)는 뮤지컬계의 숨은 실력꾼이다.

윤복희, 윤석화씨등과 같은 대형배우들의 그늘에 가려 세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번이라도 이씨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그가 뮤지컬의
"차세대 여왕"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키 1m63Cm, 체중 50Kg의 다부진 체격에서 울려나오는 그의 빼어난 가창력은
"노래와 춤에 있어서 그를 능가하는 한국의 뮤지컬 배우는 없는 것 같다"는
윤복희씨의 극찬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이씨는 요즈음 동학1백주년을 기념하는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징게맹게
너른들"(김제 만경 넓은들)의 서울공연을 위해 분주하다.

신동엽시인의 대서사시 "금강"을 노경식씨가 극화하고 서울예전의
김효경씨가 연출을, "살짜기 옵소예"의 최창권씨가 음악을 맡은 이 작품에서
이씨는 녹두장군 전봉준의 의붓딸 순창역을 맡아 또 한번 그의 시원한
목소리를 들려주려 한다.

"징게 맹개 너른들"은 지난 4월부터 7개 지방도시를 돌며 14회 공연에서
3만여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순창댁은 우금치 전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역사의 증언자에요. 동학
정신이 4.19를 거쳐 지금의 문민정부에도 면면히 살아 있다는 것을
"들풀이여"라는 노래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이지요"

이씨의 뮤지컬과의 인연은 84년 서울예전 졸업작품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공연하면서 시작됐다.

청순한 마리아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것을 본 한 선배의 추천으로 기성
극단의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됐고 그후 지금까지 약 30여편의 뮤지컬에 출연
했다.

특히 87년 입단한 서울예술단에서는 "한강은 흐른다" "지하철의 연가"
"주목받고 싶은 생" "백두산 신곡"등의 주역을 맡아 톱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탁월한 노래 실력은 연극계 밖에서도 주목을 끌어 지난해 수입, 개봉됐던
만화영화 "알라딘"의 주제가 "완전히 새로운 세상"(Whole New World)을
우리말로 부르기도 했다.

64년 부산출신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어떤 역할도 거리낌없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피력했다.

연출가 김효경씨는 "노래와 춤은 더이상 바랄나위가 없지만 좀더 깊이있는
내면의 세계를 드러낼 수 있는 연기력을 쌓았으면 한다"는 충고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