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90년대들어 엔화의 강세기조는
흐트러지지 않고 있으며 무역거래에서 엔화로 결제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세계주요통화중 엔화의 상승세는 가히 독보적이다. 엔화의 달러화에대한
가치는 90년대 들어서만 38% 가량 상승했다. 마르크화등 여타통화들의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89년말에 비해 비슷하거나 소폭 떨어졌고 90년말에
비해서는 10~20%씩 하락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엔화거래도 급격히 늘고있다. 지난 70년대까지만해도
엔화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으나 최근엔 런던 뉴욕 도쿄등
주요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가 하루 2천억달러를 넘고 있다. 달러거래규모의
25~30%에 이른다.

엔화를 기준으로한 무역거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지난
80년 3.3%에 불과했던 엔베이스 수입비율이 89년부터는 두자리 숫자로
높아졌다.

여타 아시아국가들도 대체로 이비율이 현재 10~20%에 이른다. 엔베이스
거래에는 일본기업들이 거래 상대방의 한편을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긴
하지만 구미기업들의 경우도 엔상승에 따른 환차손 회피등을 목적으로
엔베이스거래를 계속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외환보유측면에서는 세계전체국가의 외환보유고중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80년만해도 4.4%에 머물렀으나 89년엔 7.9%로 상승했고 최근엔 9%
안팎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국가들은 대체로 이보다 다소 높은
10~15%를 엔화로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국가들은 대외채무면에서도 전체의
35~40%정도를 엔채무로 갖고 있다.

엔화가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의 경제적 급성장과 막대한
무역흑자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현재 일본의 GNP(국민총생산)는 세계
전체 GNP의 7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수출은 9.1%, 수입은 6.7%가량을 각각
점유하고 있다.

대규모 무역흑자 역시 쉽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유력연구기관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10년의 세계와 일본"이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2010년엔 세계 전체 GNP의 1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90년 6백35억달러를 나타냈던 무역흑자는 2000년 1천1백54억달러
2010년 1천8백30억달러로 각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이같은 분석의 전제로 엔-달러환율을 95년 달러당 1백15엔, 2000년 1백4엔,
2010년 95엔으로 각각 가정했었다.

그러나 일본 경제력의 팽창속도는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무역흑자는 이 예측에서의 2000년 수준을 이미 넘어섰고 엔-달러
환율추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경제가 세계경제를 선도하고 일본이
세계유일의 자본공급국이 되는 시기가 예상을 훨씬 앞당겨 도래할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채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