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국채의 발행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케인스안과 통화주의자 사이의 견해차에 대해 설명한바 있다.

오늘은 이문제에 대한 제3의 견해를 소개하려하는데 국채의 발행이 경제에
결코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시말해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은 물론 구축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이와같은 견해는 리카르도의 대등정리(Ricardian Equivalence Theorem)를
통해 피력되고 있다.

19세기의 경제학자 리카르도(D Ricardo)에 그 연원을 두는 이 명제에
의하면 정부지출을 조세징수로 충당하든 국채발행으로 충당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렇게 조세와 국채가 기본적으로 대등하다고 본다는
의미에서 대등정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대등관계가 성립하는 근저에는 국채발행이 의미하는 바를 사람들이
모두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하고 있다. 즉 국채발행에 의해
당장의 조세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미래의 조세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데 대등정리가 성립할수 있는 근거가 있다.

정부가 조세징수를 줄이고 그대신 국채를 발행하여 지출에 충당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이 결정으로 인해 현세대의 가처분소득은 분명히 더
크게 될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세대는 국채의 상환을 위해 추가적인 조세
부담을 안게된다. 이와같이 지금 내린 결정이 미래의 조세부담에 영향을
주게된다는 것이 국채가 갖고 있는 특성중 하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복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의 경제적
복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후손들의 경제적 복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국채발행이 그들의 조세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대로 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
이다. 더 많은 상속을 해주기 위해서는 물론 저축을 그만큼 더 많이 해야
할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소비수준은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
이며 다른 측면에서도 변화가 생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결국 조세징수를
줄이고 국채를 발행하여 충당한다는 정부의 결정은 후손의 복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완전히 상쇄되고 만 셈이다.

그런데 이상에서 설명한 것은 이론적 가능성일 뿐 현실의 경제에서 이같은
일이 그대로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80년대의 미국에서는 이 정리가 예측하는 것처럼 민간저 축의
증가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정리는 사람들이 극도로 합리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실제
로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먼 후손에게 무슨일이 생길지까지 일일이
알고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쓸수 있는 돈이 생기면 더 써버리는 것이
바로 평범한 사람의 경제생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