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은 우루과이라운드(UR)의 농산물시장 개방문제가 지난해 12월에
이어 석달만에 또한번 논란의 대상에 올라 시끄럽다. 지난번에는 다른
문제는 덮어두고 쌀시장개방이 관심과 논란의 초점이었는데 이번에는
쌀이외 다른 농산물이 문제되고 있다. 또 정부가 미국등 관련
이해당사국들과의 검증과정을 거쳐 지난 24일 GATT에 제출한
최종이행계획서속에는 공산품과 기타분야의 구체적인 이행계획도 들어있을
텐데 그런건 몽땅 가려진채 농산물만이 쟁점이 되고 있다.

아무튼 정부는 지금 이 문제로 인해 언론과 야당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받고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는 온갖 소명자료와 수사를 동원해서
변명하느라 진땀을 빼고있다.

우리는 이번 소동과 관련해서 정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으며 따라서
고의건 과실이건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자세를
취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진정
문제돼야할 것은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좀더 심하게는 그야말로 후진적인
우리정부의 대외협상능력과 외교역량이라고 본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외교활동가운데 하나인 대외협상은 쌍무적이건
다자간이든,또 정부간이건민간사이의 흥정이든 기본적으로 상대의 속셈을
파악하는 정보력,그것을 옳게 판별하는 분석력,이를 바탕으로 우리이익을
최대한 관철하는 협상력의 3가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전부가 부족하다. 상대의 속셈은 커녕 판세도 잘 모르면서
국민에겐 큰소리 탕탕쳐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발목이 잡히고 대외적으로는
공짜로 카드와 약점만 내보인다. 검증얘기 한마디 없이 지난 2월15일
시한을 지킨답시고 허겁지겁 최종 이행계획서를 만들어갖고 제네바로
달려갔더니 그걸 제출한 나라는 117개국중 10개국도 안돼 보류소동을 벌인
일등 꼽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정작 이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전문가의 부재 바로
그것이다. 제대로 아는 사람,책임지고 챙길 기관이 없다보니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 그걸 덮어둔채 최종 이행계획서상의 표현과 숫자만 갖고
떠든댔자 분풀이나 정치공세는 될지몰라도 문제해결에 도움은 안된다.
이제라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