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월 열린 임시국회에서는 일본대중문화개방을 놓고 의원들의 질문이
계속됐다. 이민섭 문체부장관은 여기에서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뒤
단계적인 개방정책을 펴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자리에서 강용식의원(민자)은 "일본문화개방문제가 거론된지 30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문체부에는 국내의 일본문화침투실태에 관한 보고서가
없느냐"고 다그쳤다. 문체부는 이사건이후 차관이 직접 일본문화현장을
답사하는가하면 일본문화 침투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있다.

문화전쟁시대를 맞아 세계가 독자적인 문화전략을 펴나가고 있는데도
한국의 문화전략은 별반 달라진것 없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1년동안
문화체육부의 신문화정책은 역대 정권의 문화전략과 달라진 것이 없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의 신축이외에 신규 사업을
책정하지 못했고 민간부문의 활성화도 촉진시키지 못했다.

지난해벽두부터 문화경쟁력의 바탕이되는 관련법령을 개정한다고 해놓고선
아직 이렇다할 결과가 없다. 문예진흥법 문화재보호법 공연법은 20년전에
만든 것을 거의 수정없이 아직까지 존속시키고 있다. 기껏해야 지난해
저작권법을 손질했을뿐이다. 영화법과 음반비디오에 관한 법률을 통합한
영상진흥법의 제정도 음반협회등의 반발로 난관에 부딪쳐있다.

문제는 제도개정에만 국한되지않는다. 89년 문화부를 세울때 급조해 만든
조직이 비효율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해 진작에 서둘러야
했을 부서의 통폐합과 업무분장의 명확화 작업이 때를 놓치고 있다. 문화
체육부로 통합되면서 문화 체육의 접목등 개편안이 논의됐지만 조직
이기주의에 밀려 "문화산업국"신설 선에서 마무리됐다. 미디어문화정책과
해외문화의 세계화업무도 공보처와 외무부조직으로 분산돼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도와 조직이 탄력적이지 못해 정책담당부서와 민원업무소관부서가 구분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영화제작을 하려해도 등록을 해야되고 외국공연을
유치하려해도 허가를 받아야한다. 민간인들이 담당해야할 업무와 정책
업무가 혼동될때도 많다. 뉴미디어 멀티미디어시대의 영상문화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대비한 외국문화정책 및
전략 수집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신문에 실린 관련기사를 스크랩
해 "국제문화체육정보지"란 이름으로 내놓는 정도이다.

문화예술인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이들이 경제적으로
창출하는 파생효과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물론 없다. 문화개방이
우리문화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에서 외부에 용역을 의뢰함으로써 1년에 10편정도 나오는
문화정책보고서가 자료의 거의 전부이다.

물론 주위의 인식부족도 문화전략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하는 주요 요인
이다. 타부처들이 모두 갖고있는 정책개발원의 설립을 누누이 강조하지만
예산을 이유로 경제기획원등에서 반대하고있다.

유럽공동체(EU)가 문화독자성을 이유로 개방불가를 고집했던 우루과이
라운드(UR)서비스부문 시청각(AV)협상에서도 문체부관계자는 의견만내고
정작 협상은 타부처에서 했다. 2년간의 작업끝에 상공자원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영상산업발전민간협의회"를 탄생시켰을 뿐이다. 한국예술종합
학교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이같은 환경에서는 외국문화와 싸울만한 경쟁력을 가질수없다. 마냥 "문화
는 중요한 것이다"라고 떠들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문화를 창조할 수있는
인력을 육성하고 이를 꾸려갈 정책도 마련해야한다. 정책을 뒷받침할 연구
개발인력도 필요하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문화는 상품이고 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정부 및 기업이 함께 이분야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는한 국제화시대를
선도할 진정한 우리문화의 발전은 기대할수 없다.

<오춘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