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개인과 더불어 국가 사회를 존속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어느 사이엔가 교육을 사사로운 일로 생각하는 의식이
개개인에게 뿌리내려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교육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개인이나 가정의 부귀와 영화를 누릴수 있는
기회를 잡는 과정쯤으로 아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가운데 싹튼 것이 교육계의 비리와 부조리다.

20여년전 교육학자인 윤태림씨는 한국교육계의 현실을 이렇게 탄식한바
있다. "해방후 30여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 교육은 양적으로는 크게 팽창
했지만 질적으로는 너무나 부조리가 많다. ... 국민학교 교사들은 아동과
학부모에게 손을 내밀어 치부를 하고... 국민학교 아동은 담임선생을 돈
도둑이라고 멸시를 한다. 중학교에서는 선생이 자기 학교 선생에게 과외
지도를 받지않는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몇해사이에 속속 드러난 교육계의 굵직 굵직한 병폐들에 비추어 본다면
약과인 병리다. 이제는 그것이 고교 대학등 각급학교에 확산되고 규모도
엄청나게 대형화되었다. 선생과 제자라는 특수관계에서 자칫 잘못하면 발생
될수도 있는 부조리의 차원을 뛰어 넘어 학교재단의 부정축재수단으로까지
전개된것이 한국교육계의 현주소다.

한국교육이 이처럼 수렁에 빠진것을 학력위주의 사회 탓이라고도 하고
비뚤어진 개인주의의 만연탓이라고도 한다. 허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우위의 사회의식 상태에 있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교육비리사건들 모두가 돈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재단이나 교직과
는 돈이 생기는것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비뚤어진 의식이 우리
교육계의 암적요인으로 흔히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계의 파행은 교육계의 잘못만은 아니다. 새 정부출범
이후 파혜쳐진 사회 모든 분야의 만연된 비리와 부조리가 만들어낸 총체적
산물이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현실은 시대적 산물이라는 견지에서 보더라도
교육계만이 독야청청하라고 질타할수만은 없다. 사회 각계에서 지도적 역할
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학부형들이다. 뒤집어 보면 그들이 교육계를
이 지경으로까지 타락시킨 책임을 져야할 장본인들이지 않은가, 이번
상문고사건을 질책하기에 앞서 "모든것을 남을 위해 바치고 자기를 위해서
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페스탈로치적 교육자상이 길러질수 있는
국민 전반의 의식혁명이 요구되는 시점임을 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