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봉 수 < RCI 코리아 대표 >

본인은 외국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중소기업인
이다. 나와 제조업을 하는 동료기업인들은 요즘 1994년 달력을 쳐다보며
깊은 시름에 빠지곤 한다.

설날이 들어있는 2월9일(수) 10일(목) 11일(금) 13일(일)은 공휴일을 뜻
하는 붉은색, 그리고 샌드위치인 12일(토)은 푸른색이다. 아무리 따져도
닷새간의 휴무는 자동케이스인듯하다.

8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내친구 제조업체 경영주는 아예 7일(월)과
8일(화)을 집어넣어 8일간의 설날휴가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걱정이
태산이다. 가뜩이나 짧은 2월에 8일간을 제하고 나면 무엇이 남느냐고.
그는 기계류를 제작해서 해외에 수출하는 사람인데 몇몇 바이어들에게 설날
휴무일을 피해서 오라고 했더니 상대방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란다.

새해들어 모든 전파매체 인쇄매체 할것없이 앞다투어 국제화/세계화를
외치고 경쟁력강화 하이테크를 강조한다. 옳은 얘기다. 하지만 당위론
총론만 가지고는 국제화가 되지 않는다.

하이테크나 세계일류 제품은 목표설정이나 구호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세계초일류제품생산은 영원히 이룰수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초일류''라는 잣대는 시일이 갈수록 자꾸만 높은 곳
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수있는 것은 남보다 좀더 많이 일해서
기술격차와 시간을 단축하여 질좋은 물건이나 용역을 생산해서 해외시장
에 내다 파는 것이다.

설날 5일간의 민족대이동으로 인한 교통체증 인명손실등 시간적 물질적
손실이 엄청나다. 아니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온세계가 다 뛰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한민족과 중국인만이 설날의 태평성대를 누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 직접적인 경제손실 외에도 엄청난 간접손실이 있으리란 것이 쉽게
짐작된다.

일본의 한기업인은 "국제화의 지름길은 세계공통의 주파수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위정당국자는 여론수렴 운운하며 인기나 표만을
의식하지 말고 빨리 단안을 내려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내년부터라도
설날을 폐지하고 세계인들과 같은 주파수로 교신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