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꼭두새벽 마침내 공격은 시작되었다.

쿵,쿵,쿵.아직 먼동이 트지 않은 에도의 새벽 하늘에 대포소리가 울려
퍼지자, 포진했던 군사들은 일제히 진격을 개시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응전 태세를 공고히 하고 있던 창의대 대원들도 기꺼이 목숨을 버릴
때가 드디어 왔다 하고 분연히 일어났다.
창의대의 대장은 아마노하치로였다. 처음 결사가 될 무렵에는 요시노부의
가신이었던 시바사와세이이치로가 제일인자였고, 아마노가 두번째였으나,
그것도 무슨 위세를 부리는 집단이라고 세력다툼이 생겨 시바사와를
몰아내고 그가 두목이라는 감투를 빼앗아 썼던 것이다.

아마노는 아직 자고 있었다.

"대장님! 대장님!" 하고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그는 으응- 기지개를
켜면서 잠을 깼다.

"누구야?" "니시무랍니다" "무슨 일이지?" "드디어 놈들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뭐?" 아마노는 벌떡 뛰어일어났다.
허겁지겁 옷을 주워입자, 대검을 불끈 거머쥐고 바깥으로 뛰어나간
그는, "아니, 비가 오고 있잖아" 하고 투덜거리듯 말했다.

꼭두새벽인데다가 비까지 오는 날씨여서 칠흑같이 어두웠다. 아마노는
곁에 다가와 서있는 심복부하인 니시무라가 다하치로(서촌현팔랑)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렇게 비까지 오는데 공격을 개시하다니, 놈들 참 미련하고, 고지식도
하군" "고지식하다니요? 무슨 말씀입니까?"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날짜를 꼭 지키니 말이야" "공격 날짜 말이에요?" "그래, 난 십오일에
공격을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기에 으레 그날은 피하고, 다른 날 불시에
시작하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정직하게 그날을 지키니 고지식한 게
아니고 무언가.

더구나 이렇게 비까지 내리는데 말이야. 안 그래? 허허허. "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서서 아마노는 제법 여유있게 웃기까지 했다.

그때 쾅! 하고 대포의 탄환이 날아와 저만큼 아래쪽에 떨어졌다.

"이크!" 제법 호기를 부리던 아마노도 도리없이 깜짝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쿵! 쿠궁! 탕! 탕! 파팡! 파팡!. 대포소리와 함께 총소리도 아득히
어둠속으로 들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