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러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리노프스키현상"은 무엇인가.

지난 2년간 지속되어온 개혁의 움직임은 정돈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그전도 역시 불투명하다.

이 자양적인 현상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붕괴된후 러시아인들의 가슴에
자리잡은 공허와 혼란의 반영이 아닐까. 공허란 동구의 상실,당의 해체,
소연방의 붕괴에 따른 좌절이며 혼란은 참담한 경제파탄에서 온 방향감각의
상실이다.

개혁파 가이다르 제1부총리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어온 개혁의 순항이
어렵게 될것이란 예상은 작년12월 총선에서 개혁에 비판적인 보수파가
과반수의석을 차지하면서였다. 신의회의석의 구성은 3색의 러시아국기
처럼 급진개혁 온건개혁 보수파로 돼있으나 반개혁의 공산당과 농업당이
최대세력을 형성하고있다. 지방에서 당선된 다수의 무소속은 거의가
기업간부 지방관료출신으로 개혁에 비판적인 구노멘클라투라(특권세력)
이다.

여기에 지리노프스키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은 반 옐친세력을 규합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개혁무드에 지금까지 옐친지지로 일관해온 개혁파 내부
에서 분열현상도 나타났다.

지난주초 신의회는 권력투쟁의 상징이었던 구최고회의 빌딩에서 새건물로
옮겨 심기일전의 기분으로 신회기를 시작했으나 구태는 재연출되었다.
그런 와중에서 개혁파의 중심인물 가이다르가 사임했으며 개혁각료들은
동요했다. 사임이유는 자신의 개혁이 정부내에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의회의 반개혁무드가 정부내부에 파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내각의 보수화는 이러한 사정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보수세력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재정지출의 확대를 통한
사회보장비의 증대와 산업보호의 확충이다. 이들은 정부의 긴축정책이
민생고를 가중시키고 산업을 도산상태로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일부 온건파도 동조하고 있다.

재정지출확대는 구시대의 습성에 젖은 달콤한 발상이다. 대부분의
기업(국영)은 비효율적인 경영을 계속하고 있으며 정부지원은 생산을
개선하는데 보다 종업원들의 급여로 소진되고 있다. 입으로는 개혁을
외쳐도 의식개혁은 미진한 셈이다. 고르바초프시대에 채택한
페레스트로이카 최종선언이 "인류가 취한 모든 시도중에서 시장만큼
효율적인 메커니즘은 없었다"고 한 그때의 의욕은 어디로 갔는가.
재정확대는 국제통화기금(IMF)권고에도 어긋난다. 러시아에서 개혁이
중단된다면 서방의 지원도 재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