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발표한 93년도(92년도귀속분)법인세납부 고액순위에서도
금융업이 부상하고 제조업의 퇴조가 더 심하게 나타나 뒷맛이 씁쓸하다.
금융업은 10위권내에 5개나 된다. 보험업까지 합치면 100대순위에서 9개가
늘어나고 제조업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도
선진국형 산업구조조정기에 들어 있는만큼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고 해서
잘못돼 가는 것이라고만 볼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우리 은행의 호황이 제조업의 희생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크게 다르다. 선진국에선 제조업이 불황이면 은행업도 같은 고통을
겪는다. 경기가 나쁘면 제조업이 투자를 기피하고 그렇게 되면 자금수요가
줄어 대출이자는 내려가고 은행의 채산성이 좋아지지 않는다. 제조업과는
동반자 관계에 있다.

우리제조업은 90년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은행도 고통을 함께 해야
할때에 은행은 호황이고 제조업은 불황이라는 기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92년엔 은행만 경영이 좋아질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경쟁력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한것도 별난 경영기법이 있었던 것도아니다.

유가증권투자수익은 주식시장이 별볼일 없어 그렇게 큰몫은 못된다.
채권수익률이 기업의 사채발행이 늘어 도움을 준 정도였다.

수익의 큰몫은 이자수입이 차지하고 있다. 이말은 그만큼 제조업에서
이자를 더 받아내,다시 말해 기업에서 이익을 쥐어 짜낸것이라고 밖에는
볼수 없다.

우리 제조업체엔 만성적인 자금수요가 있다. 이것을 담보로 은행은
꺾기를 강요,기업에 과다한 금융비용을 안겨가며 수익을 챙겨간 것이다.
제조업금융비용부담률이 92년도에 6. 3%로 그전해보다 0. 6%포인트
88년보다는 1. 7%포인트가 높아진것으로 봐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일본이 2. 1% 대만이 2. 5%(90년)인것에 비하면 제조업이 은행을
살찌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가를 알수 있다.

은행도 올해부터는 급속하게 달라질수 밖에 없게 돼있다. 금융자율화로
여신금리가 자유화돼 은행간에도 경쟁을 해야한다. 잘하는 은행과 잘못하는
은행과의 격차도 벌어지고 외국자본이 더 들어오면 외국은행과도 경쟁을
치열하게 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은행도 싼금리를 공급할수 밖에 없게
된다.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은행도 경쟁력이 있어야
개방화시대에 살아남을수 있다. 그러나 그 수익이 정상적이고도
경쟁력있는 경영에서 얻어져야지 제조업의 희생을 강요해서 얻어진다면
우리경제에 도움을 주는 일이 못된다. 은행이 자율경영으로 수지를
개선하고 제조업에 싼 금리를 공급할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은행의
본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