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9일부터 96년까지 6백1억여원을 들여 추진하는 `정도 6백년 사
업''이 지나치게 방만한데다 사정여파 등으로 공무원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민간부문의 사업참여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관주도의 겉치레 행사에 그
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가 정도 6백년을 계기로 추진하는 38개 사업의 90
개 세부행사가 자의식 확립에 바탕한 시민.문화의식을 고양하고 서울을 21
세기 국제화.개방화의 거점도시로 육성해나간다는 애초 목적에서 크게 벗어
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정도 5백99돌이 되는 29일부터 4억9천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6백년
자료전시회를 여는 등 한달 남짓 각종 행사를 벌임으로써 내년부터 본격화
될 6백년사업을 사실상 공식 출범시킨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조차 아직까지 세부사업들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
지 못하고 있을 만큼 사업 자체가 방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전체 6백1억원 예산 중 정작 이번 사업의 중심인 기획사업 관련예산은 97억
여원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5백3억여원이 이번 행사와의 관계가 모호한
관련사업비로 책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는 3백43억원을 들여 지난 9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남산 제모습가꾸기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시립박물관 건립도 96년 10월 완공 때까지 모두 3백34억원의 예산이 투
입될 예정이지만 6백년사업 관련사업 가운데 하나로 끼여 24억여원의 예산
이 배정돼 있다. 아직 막연한 상태인 시청사 건립추진도 사업추진본부 기획
사업의 하나로 3억7천여만원의 예산을 배정받고 있다.
이밖에 한강시민공원 가꾸기, 경희궁.운현궁 정비, 북한산성 등 성곽복원,
서울미술공예전, 동네문화 경진, 거점지역 개발, 서울사진전 등 서울시의
일상업무와 계속사업으로 추진돼온 일들이 다수 기념사업 항목에 자리를 차
지하고 있어 외화내빈식 모양갖추기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