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로에서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조금 가다 천호동쪽으로 빠지면
꽤 번화한 거리가 나온다. 서양화가 이원희씨(37)는 바로 서울이지만
서울같지 않은 이곳에서 이땅의 산하를 그린다.

이씨는 구상화,그중에서도 풍경화를 그리면서도 독특한 구도와 뛰어난
묘사력으로 인해 화단과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세대작가.

7월1~10일 박여숙화랑(544)7393 과 샘터화랑(514)5120 등 모두 네곳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화단의 유행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씨의 부지런함과 열정을 알려준다.

이씨가 이번 와이드개인전을 통해 선보일 작품은 "전구동에서""이사리에서"
"영양에서" "일월에서" "용화에서" "지경리에서" "제주에서" "충주호에서"
"태종대에서"등 총80여점.

경북북부지방 일대의 밭을 중심으로 우리네 강산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낸 작품들이다.

화면속에는 들녘이나 산속을 다루는 일반적인 풍경화와 달리 산간지방의
척박한 밭이 주로 담겨 있다. 또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외에는 여름과
가을보다 겨울과 봄의 풍경이 주를 이룬다. 푸른색보다 황토색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우리땅과 대기만이 지닌 독특한 맛과 느낌을 나타내고자 합니다. 겨울과
봄의 풍경을 주로 그리는 것은 여름과 가을에는 나무에 의해 땅이 가려져
땅맛을 표현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땅과 그 위에 머물고 있는 보이지 않는 대기까지를 그려내고
싶다는 것.

눈높이에서 본 풍경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상태의 풍경을
그림으로써 화면 전체가 망원렌즈로 끌어낸 듯 시원한 구도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씨의 풍경화를 다른 풍경화와 구별토록 하는 대목이다.

"비구상회화에서 느낄 수 있는 회화의 다양한 멋과 맛을 여러가지
조형으로 캔버스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택한 것이
눈높이에서 보지않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이지요. 눈높이에서
볼때 생기는 중첩부분이 없어져 시원스런 느낌을 줍니다"
이씨는 경북하양 태생으로 계명대회화과와 동대학원을 나왔으며 86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7월1~10일 네군데 서울전을
가진 뒤 7월13~23일에는 대구의 맥향화랑과 동원화랑에서 연속전을 연다.

<글 박성희기자> 사진 김병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