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기술통화로서의 독일마르크화 지위가 흔리고 있다.
일부 외환시장정문가들은 마르크화가 아직 과대평가돼 있다고 지적하고
달러당 2마르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서슴지않고 있다.

무엇이 마르크화를 이렇게 떨어뜨리고 있는가. 2차대전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는 독일경제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미 1.4분기에 마이너스
3.2%성장을 보인 독일경제는 올한햇동안 마이너스 2%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일비용부담에 따른 엄청난 재정적자도 또다른
원인이다.

경기악화에 따라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재할인율등 주요금리를
내려 금융정책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쓸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마르크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분데스방크로서는 마르크화방어냐,경기부양을 위한 이자율인하냐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는 셈이다.

분데스방크의 한스 디트마이어부총재에 따르면 독일중앙은행은
마르크화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최근 수주일간 5천9백50억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었다. 이 돈을 회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마르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얘기다.

마르크화는 유럽최대의 독일경제력을 바탕으로 지난 40년간 유럽의
기축통화로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는 분데스방크의 일관성있는
인플레억제정책과 마르크화가다른 유럽통화에 대해 단 한차례도 평가절하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뒷받침했다.

이같은 마르크화강세 덕택에 독일은 금리를 유럽의 최저수준에서 유지할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마르크화중심의 유럽통화구조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마르크화지위를 뒤흔들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마르크화약세가 계속되면서
프랑스등 주변국들은 금리인하등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정책완화의 숨통을
틀수가 있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등의 주요금리가
독일금리수준이하로 떨어진 것은 유럽경제에 있어서 최근에 벌어진 최대의
변화로 볼수있다.

이처럼 마르크화약세로 다른 유럽국들이 독일의 고금리정책에 의한
제약으로 부터 자유로워짐에 따라 마르크화시대가 종언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크 들로르 EC(유럽공동체)집행위원장이나 에두아르 발라뒤르
프랑스총리등은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외환전문가들도
프랑스프랑,벨기에프랑,네덜란드길더등의 화폐가 마르크화의
기축통화역할을 분담하는 구도가 유럽통화제도(EMS)내에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마르크화에 대한 신뢰붕괴는 작년9월에 있었던
유럽외환시장혼란보다도 더 위태로운 통화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재기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