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같은 질문을 했었기 때문에 혹시 다카하시도 자기
마누라처럼 속으로 경계를 하고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좀
굳어있기는 하지만 두려워하는 듯한 기색은 엿보이지가 않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시즈부인은 사실대로 털어놓아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를
듣고 설령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카하시가 그런 일을 막부에
고자질할 사람은 아니니 말이다.

"한 열흘 전이던가. 우리 집에 문상을 왔더라구요. 그래서 알게된
사람인데,하는 얘기를 들으니까 보통 근황의 지사가 아닌 것 같애요.
사이고다카모리상 알지요?" "알고 말고요. 구사가베 도노와 가까웠잖아요.
저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사이고상이 에도 번저로 나가서
미도번의 지사들과 접촉을 하라는 말을 했나봐요" "그래서 저를 만나려는
거군요.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다카하시는 좀 미심쩍은 듯한 그런 표정을 짓는다.

시즈부인은 어떻게 대답을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거짓말을 했다가는
나중에 탄로가 날지도 모른다 싶어서 얼굴에 살짝 웃음을 떠올리며 말한다.

"저. 실은 내가 다카하시상을 소개해 주려는 거예요. 서로 마음이 통할수
있는 좋은 분을 만나보고 싶다 그래서 다카하시상이 가장 적격일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그래요?"
다카하시의 얼굴에도 절로 싱그레 웃음이 어린다. 자기를 좋은 사람으로
추켜올려주니 싫지가 않은 모양이다.

"한 번 만나보도록 하는게 어때요?" "예,좋습니다. 언제 만나도록
할까요?"
시원시원하게 나온다.

"내일이라도 좋죠 뭐" "그러지요" "그럼 내일 이맘때 우리 집으로 오세요.
아리무라상한테도 그렇게 연락을 할테니까요" "예,알았습니다"
시즈부인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하루에와는 달리 역시 남자가
시원시원해서 좋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리무라가 접촉을 하려는 속셈을 미리 귀띔을 하듯 약간
비쳐두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자기가 그렇게까지 일에 발을
들여놓을 것은 없다 싶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만나면 아리무라가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낼게 아니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