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 명동지점사건으로 세상이 온통 뒤숭숭한 가운데 국내금융산업및
금융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논의될것 같다. 재무부는 지난24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발맞춰 국내금융시장의 개편을 연구검토하여 최종안을 내년
6월말까지 제출해주도록 금융산업발전심의회에 공식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검토에서 중점과제는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조정과
대형화.전문화유도,금융기관의 소유구조개편을 통한 금융산업의
효율향상,통화신용정책및 금융감독체계조정,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의
관계조정등 4가지가 꼽힌다. 이들 연구과제는 하나같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연구결과와 관계없이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가 문제로 될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과제가 중요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며
금융시장개방과 금융자율화에 따라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일은 이제까지 수없이 연구검토된
결과는 무엇이며 그것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느냐를 따지고 이번 연구는
이제까지의 연구에서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금융자율화는 80년대에 들어온뒤 계속 논의된 정책과제이며 정책당국이
제시한 금융산업개편 또는 발전방안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까운 예만
해도 지난 88년에 금융산업개편계획이 마련되었으며 91년3월에는
"금융기관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새삼스레 금융산업개편에 관한 연구검토가 왜 또 필요한가.
일부에서는 이제까지의 연구에서는 금리자유화나 금융시장개방이
본격적으로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 클린턴정부가
들어서면 금융시장개방의 압력이 거세져 기왕의 개방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에 대비해야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는 선거를 앞두고
증시부양을 위한 "발표효과"(announcement effect)를 노리고 정부가
알맹이없는 발표를 했다는 차가운 시각도 있다.

먼저 곧 정권이 바뀔 텐데 이같이 중대한 연구를 시작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비에 대해 정권이 어떻게 바뀌건 어차피 누군가가 해야 한다는 대답은
당연한 얘기이나 의심을 살만한 구석이 없지않다.

불과 며칠전 재무부장관이 밝힌 규제금리인하 방침이 눈앞에 닥친
금융산업개편에 반대되며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발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금리자유화나 금융시장개방의 일정이 외국의 압력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것도 큰 문제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논의와 조정을 거쳐 마련되었을
계획일정이 외국의 압력때문에 우리의 이익에 보탬이 되지않는 쪽으로
바뀐다면 그런 계획은 의미가 없다. 물론 시장개방이란 어차피 상대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외국의 행정부가 바뀌었다는 것이
일정변경의 이유가 되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금리자유화나 금융시장개방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했다는 이유는 더더욱
말이 안된다. 금융자율화의 핵심은 금리자유화이며 금융시장개방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데 이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짧게는
5년여,길게는 10년넘어의 세월을 보내며 연구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떠들어 왔단 말인가.

정부쪽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들며 금융제도의 개편은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할지 모르나 이것이 지지부진한
개혁의 핑계가 될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된다. 선진국에서는 시장원리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에 그쳐 정책전환이나 제도개편의
폭이 크지 않으며 약간만 고쳐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가 은행 보험 증권등 금융산업전반에 걸쳐 인사권을 쥐고
경영에 개입하고 있으며 투신사의 경우 매매종목과 금액까지 지정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보험은 제일생명사건으로,상호신용금고는 불법대출로,증권은
"12. 12조치"와 한은특융으로 제각기 만신창이이며 은행은 "꺾기"는 물론
나아가 가짜 양도성예금증서(CD)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유가증권의
신뢰성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신용질서를 어지럽혀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채 신중한 대처운운은 직무유기라고
볼수밖에 없다.

그동안 통화관리개선,중앙은행의 독립성제고등 많은 논의가 있었던바
이러한 각론들을 종합하여 실천에 옮기는 것이 급하지 또다른 연구의뢰는
시간을 끌며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이때문에라도 새행정부가 들어서면 "작은 정부"의 뜻에 따라 비대해진
경제부서의 통폐합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국가정책의 결정에 더이상 집단이기주의(ret-Seeking group)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